[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소설읽기] 「나무들 비탈에 서다」 황순원 (2019.12.10)

● 나무들 비탈에 서다 / 황순원 이건 마치 두꺼운 유릿속을 뚫고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것 같은 느낌이로군. 문득 동호는 생각했다. 산 밑이 가까워지자 낮 기운 여름 햇볕이 빈틈없이 내리부어지고 있었다. 시야는 어디까지나 투명했다. 그 속에 초가집 일여덟 채가 무거운 지붕..

[소설읽기]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윤흥길 (2019.12.08)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 윤흥길 워낙 개시부터가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어긋져 나갔다. 많이 무리를 해서 성남에다 집채를 장만한 후 다소나마 그 무리를 봉창해 볼 작정으로 셋방을 내놓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 내외는 세상에서 그 쌔고쌘 집주인네 가운데서도 우리가..

[소설읽기] 「장마」 윤흥길 (2019.12.06)

◇ 오늘은 한국소설문학대계(60) 《장마》 (윤흥길, 1995년, 동아출판사)에 실려있는 《장마》를 읽었다. ■ 장마 / 윤흥길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동구 밖 어디쯤이 될까. 아마 상여를 넣어 두는 빈집이 있는 둑길 근처일 것이다. 어쩐지 거기라면 개도 여우만큼 길고 음산한 울음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먼 곳일지도 모른다. 잠시 꺼끔해지는 빗소리를 대신하여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짬을 메우고 있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