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명시감상] 풀 김수영, 눈물 김현승, 달팽이 권갑하,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2019.04.03)

[2019] 나의 카톡 메시지 배경사진 모음 ●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더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

[명시감상]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2019.04.03)

[2019] 나의 카톡 메시지 배경사진 모음 ●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金顯承)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달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를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

야생화와 시_방동사니(김승기)

■ 방동사니 / 김승기 구십 평생을 모질게 살으시고도 아무 보람도 찾지 못하셨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시던 어머니 그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방동사니의 뿌리가 왜 그리도 질긴지를 뽑힐수록 질겨지는 방동사니의 억척스러움을 갈수록 무성해지는 방동사니의 끝없는 생명력을 꽤나 크게 피워 올려도 꽃이라 인정받지 못하는 방동사니의 허탈함을 졸병시절 연병장 둘레에 한도 끝도 없이 돋아나는 방동사니의 뽑아도 뽑아도 뽑히지 않고 그 질긴 줄기만 끊어지던 방동사니의 슬픔을 알지 못했습니다 햇빛 뜨거운 것은 알면서, 나 허리 아픈 것은 알면서 그토록 원망스럽던 방동사니의 원망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꽃을 꽃이라 인정받지 못하는 방동사니의 슬픔을

야생화와 시_물푸레나무의 사랑(나병춘)

■ 물푸레나무의 사랑 / 나병춘 물푸레나무를 아는데 40년이 걸렸다 물푸레나무는 길가에 자라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얼마나 바랬을까 중학교 생물 선생님은 허구헌 날 지각을 일삼는다고 회초리를 후려쳤는데 그것이 물푸레나무라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늦가을 도리깨질할 때마다 콩, 녹두, 참깨를 털어내면서도 그게 물푸레나무라 얘기해주지 않았다 아버지 선생님 탓은 안할란다 이 땅에 살면서 이 하늘 아래 꽃을 피우는 나무와 들꽃을 사랑한다면서도 물푸레나무를 아는데 이렇게 오래토록 지각하였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 이 땅의 시어머니는 며느릴 호되게 다그치면서도 그 풀꽃이름들 하나하나 이쁘게 부르면서 넌 잡초야, 구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