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감동시詩] 미루나무 되어 살고 싶다 안병찬, 미스킴이라는 나무 김종제, 나무 조이스 킬머 (2019.05.03)

● 미루나무 되어 살고 싶다 / 안병찬 하늘 위 구름 두르고 오롯이 서서 개구쟁이 아이들 개울가에 피라미 메기 잡는 풍경 구경하며 한적한 시골길 지나가는 노인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등도 긁어 줄 미루나무 되어 살고 싶다 아침저녁 가방메고 지나가는 아이들과 재잘재잘 술레잡기 함..

[감동수필] 스무살 어머니 정채봉, 당신이 나무를 더 사랑한 까닭 신영복, 나무 이양하,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 (2019.05.01)

● 스무살 어머니 / 정채봉 회사에서 여고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키도 작고 얼굴도 복숭아처럼 보송송하다. 어쩌다 사원들끼리 우스갯소리라도 하면 뺨에 먼저 꽃물이 번진다. 한번은 실수한 일이 있어서 나무랐더니 금방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우유를 더 좀 먹어..

[명시감상]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권정생, 군인을 위한 노래 문정희 (2019.04.30)

■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 권정생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걸까 한평생 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 배고프셨던 어머니 추우셨던 어머니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 산고갯길 바람도 드세게 휘몰아치던 한평생 그렇게 어머니는 영원히 가셨다. 먼 곳 이승에다 아들 딸 모두 흩어두고 가셨다. 버들고리짝에 하얀 은비녀 든 무명주머니도 그냥 두시고 기워서 접어두신 버선도 신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혼자 훌훌 가셨다. 어머니 가실 때 은하수 강물은 얼지 않았을까 차가워서 어떻게 어머니는 강물을 건너셨을까 어머니 가신 거기엔 눈이 내리지 않는 걸까 찬바람도 씽씽 불지 않는 걸까 어머니는 강 건너 어디쯤에 사실까 거기서도 봄이면 진달래꽃 필까 앞산 가득 뒤산 가득 빨갛게 빨갛..

[명작동화]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화, 강준영의「전쟁과 촛불」(2019.04.28)

■ 전쟁과 촛불 / 강 준 영 ㅣ안영희 선생님 서산 너머 해님이 숨바꼭질할 때에 수풀 속에 새 집에는 촛불 하나 켜놨죠... 때때로,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습니다. 세 살 적에, 색동옷을 입고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를 갔던 일이며, 바람 부는 날 대추나무에 걸린 연을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던 일이며, 동네 아이들과 소꿉질을 하던 일까지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전쟁이 나던 해에 나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안영희 선생님―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덕택이었지만―이 분이 나의 담임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마음이 좋은 분이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겨우 한 달 남짓을 배웠지만 그 때의 일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운동장이었는지, 강당이었는지는 잘 생각이 ..

[명시감상] 우리나라 꽃들에겐 김명수, 우리나라 풀 이름을 위한 서시 윤주상, 나무(외로운 사람에게) 조병화 (2019.04.19)

● 우리나라 꽃들에겐 / 김명수 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꼬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 모..

[명시감상] 나무 조이스 킬머, 산벚나무가 왕벚나무에게 최두석, 윤판나물 김승기, 각시붓꽃을 위한 연가 복효근 (2019.04.19)

● 나무(Trees) / 조이스 킬머(Alfred Joyce Kilmer) 나무보다 아름다운 시를 내 다시 보지 못하리 허기진 입을 대지의 달콤한 젖가슴 깊숙이 묻고 있는 나무 온종일 잎에 덮인 두 팔을 들어올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는 나무 여름이 오면 머리 한가운데 울새 둥지를 이고 있는 나무 그 가슴에 ..

[명시감상] '풀꽃과 놀다' 나태주, '화초와 잡초 사이' 복효근, '쑥부쟁이 피었구나 언덕에' 이준관,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이현주 (2019.04.19)

■ 풀꽃과 놀다 / 나태주 그대 만약 스스로 조그만 사람, 가난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풀밭에 나아가 풀꽃을 만나 보시라 그대 만약 스스로 인생의 실패자, 낙오자라 여겨진다면 풀꽃과 눈을 포개 보시라 풀꽃이 그대를 향해 웃어줄 것이다 조금씩 풀꽃의 웃음과 풀꽃의 생각이 그대 것으로 바뀔 것이다 그대 부디 지금, 인생한테 휴가를 얻어 들판에서 풀꽃과 즐겁게 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 보시라 그대의 인생도 천천히 아름다운 인생 향기로운 인생으로 바뀌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 ■ 쑥부쟁이 피었구나, 언덕에 / 이준관 쑥부쟁이 피었구나, 언덕에 쑥부쟁이야, 너를 보니 모두들 소식이 궁금하구나 늙은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를 파고들던 달빛은 잘 있는가 전봇대에 오줌을 갈기던 개는 달을 보고 걸걸걸 잘 짖어대는가 해거리를 ..

[명시감상] 오랑캐꽃 이용악, 만추의 방동사니 김홍락, 미치광이풀 김승기, 닭의장풀꽃에게 보내는 편지 손재원 (2019.04.19)

● 오랑캐꽃 / 이용악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 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

[명시감상] 아버지의 등을 밀며 손택수, 아버지의 그늘 신경림, 어머니 기억 신석정,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2019.04.18)

●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속에 준비..

[명시감상] 간격 안도현, 숲 반기룡, 지난 날들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이순복 (2019.04.18)

☆ 일산 정발산 둘레길 걷기 (2018.11.15) 식사동- 일산역- 정발산공원- 일산문화공원- 고양독립운동기념탑 ●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