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간격 안도현, 숲 반기룡, 지난 날들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이순복 (2019.04.18)

푸레택 2019. 4. 18. 11:35

 

 

 

 

 

 

 

 

 

 

 

 

 

 

 

 

 

 

 

☆ 일산 정발산 둘레길 걷기 (2018.11.15)

식사동- 일산역- 정발산공원- 일산문화공원- 고양독립운동기념탑

 

●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숲 / 반기룡

 

숲 속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기대어

온갖 조건과 환경을 견디고 있는 것을

 

햇살이 비칠 때면 지그시 감았던 두 눈 뜨며

자연과 합일 되고

강풍이 몰아치면 곁가지 잔가지 마른가지 할 것 없이 포옹하며

모진 비바람 견디어 내는 것을

 

사람이 사는 것도 별것 아니다

어려울 때 함께 기대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

가려울 땐 그 부분을 긁어주며

연리지처럼 어우러지고 뒹구는 것이다

 

햇살과 비바람이 존재하기에

빛과 어두움이 상생하기에

자신의 밝고 어두운 여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지나간 날들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 李順福

 

붉은 기운을 뻗치는 해를 향해

벅찬 희망을 싣고 떠나는 고깃배처럼

언제나 설레고 뜨겁던 청춘 시절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그러나

이미 내게서 멀어져

기억조차 희미해진 과거의 시간,

가슴이 젖도록 돌아가고픈

장밋빛 화려한 날의 아름답던 추억들

이제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때로

잊혀질듯 잠들지 못해 깨어나는 지난 꿈

강바닥에 묻어 놓고

물안개 깔린 호젓한 강가 행인없는 나룻배되어

고요한 가슴으로 살리라.

 

살다가

느닷없이 잃어버린 날 그리움에

마음 외로워 못 견디면

어느 고독한 시인의 말대로

서러운 노래라도 부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