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70

[나도시인] 큰 산, 햇살 - 김동인

■ 큰 산 / 김동인(김정인) 높은 산은 비구름을 쉬 보내지 못하고 거친 비바람과 우레와 싸운다 번쩍이는 번개에 나무가 부러져도 구름을 놓지 않고 충분한 수분을 얻고 만다 산을 흠뻑 적시고 또 적신다 큰 산, 그대는 나무도 꽃들도 살려야 하고 새와 많은 동물들 곤충들도 품어야 한다 안개가 앞을 흐려도 골짜기에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산이기에 큰 산이기에 산은 지나가는 바람도 쉬 보내지 못하고 숲을 흔들어 숨쉬게 한다 지는 잎들을 떨구어 내며 살아가라 살아가라 말한다 새 생명력을 일깨우며 이겨내야 한다고 외친다 산은, 숲이고 나무고 풀이며 향기나는 꽃과 노래하는 새다 울창한 숲은 행복이 깃든다 산은 그게 전부이다 그 삶이 전부이다 큰 산, 아버지 품고 키우고 살리려 애쓰는 아버지...... ■ 햇살 / 김..

[나도시인] ‘4월의 봄’ ‘라일락 향기’ ‘촛불 같은 믿음’ 김동인 (2022.04.22)

■ 4월의 봄 / 김동인 만개한 분홍 벚꽃이 나오라 내게 손짓하고 꽃봉우리 터질 듯 여인의 마음 흔드는 봄아 들꽃향기 가득한 언덕에서 아이들의 웃음꽃도 피고 넓은 밭이 쟁기에 엎어져 누런 속살을 드러내는 봄아 춘풍에 흔들리는 가지마다 작고 여린 초록잎이 돋고 산기슭 골짜기마다 봄꽃으로 단장하는 봄아 버들강아지 뽀얀 솜털이 꽃샘추위에 파르르르 떨고 길목마다 봄향기 짙어가는 설레이는 4월의 봄아 ■ 라일락 향기 / 김동인 나 어릴 적 담장엔 커다란 라일락 나무 있었지 봄이면 연분홍 보랏빛 꽃 피어 우리집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지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대문앞 은은히 퍼지던 라일락 향기 꽃 향기가 나를 미소짓게 하지 누가 우리집을 물으면 라일락 꽃향기 그 집이라고 저기 꽃나무집 그 집이라고 했어 초록잎이 써서 장..

[자작시自作詩] 봄은 왔는데 ‘슬픈 봄’ (2022.03.11)

■ 봄은 왔는데 / 김영택 봄은 왔는데 슬픈 봄입니다 새싹 돋아나고 매화꽃은 피어나는데 서러운 봄입니다 버들강아지 피어나고 봄바람은 불어오는데 잔인한 봄입니다 복수초 영춘화 변산바람꽃 봄소식 전해주는데 서글픈 봄입니다 얼음 녹은 호수엔 쇠물닭 자맥질하는데 쓸쓸한 봄입니다 호숫가 산책로엔 청년의 분주한 발걸음 어느 여인의 한껏 부린 멋 오늘은 오늘 산책길은 모두가 서럽고 잔인하고 쓸쓸한 슬픈 봄날 풍경입니다 엄마 품에 안긴 아가의 방긋 웃음 해맑은 소년들 목소리 봄날의 징검다리 희망 피어나는 언덕입니다 이 풍진 세상 버리고 비우고 살고 싶은데 세상만사 잊어버리고 살고 싶은데 그래서 더욱 서럽고 슬픈 봄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너무 슬퍼하지 마 너무 아파하지 마 너무 외로워하지 마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

[코로나 일기] (6·끝)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2022.02.27)

[코로나 일기] (6·끝)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 ■ 격리 6일차 / 김동인 새벽 4시 삼십분 깸. 다시 잠. 8시 기상. 8시 30분 가족들 피시알 결과 음성 통보에 박수가 쳐짐. 하나님께 감사. 남편이 어제 넣어준 빵 먹음. 약 한 봉 섭취. 가족들은 오랜만에 숙면 중. 나보다 더 긴장했으니 이해 감. 교회 사모님께 문자 옴. 잘 이겨낼 힘이 또 생김. 오늘 자정 24시 격리 해지일. 내일은 일요일 주일. 월욜 진료 위해 치과 정리 및 소독하기로 1시 약속. 3일은 더 철저히 조심하기로. 동거인 음성시 격리 없음 발표. 큰 외삼촌께서 보내신 소설책 도착. 마음의 양식 주심을 감사. 예배는 다음 주부터 참석. 저녁 마지막 밥상을 맞이함. 짧고도 긴 일주일. 남편..

[코로나 일기] (5)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2022.02.26)

■ 코로나 5일차 어제 약을 변경 처방 후 새벽 5시에 머리 아파 깸. 미세한 몸살기 동반. AA5라고 적힌 해열제 발견. 지인이 타이레놀 계열약이라 알려준 덕에 한알 복용. 약국에 확실히 알아보기. 맞다고 한다. 먹으라고... 머리가 지끈지끈 잠이 안 옴. 가족 모두 보건소 출동. 마지막 피시알 검사. 내일도 모두 무사하길... 가족 목소리가 우렁차니 안심. 해지후도 걱정...3일 더 조심... 곧 개학이라 엄마 손길 절실... 베란다 쓰레기는 비닐 밀봉해 종량제에 버림. 남편이 수고가 많음. 간식 너무 많이 챙겨줌. 오후엔 증상 없음. 성경 20장 읽음. 지난 수요예배 대표기도. 모르는 권사님께 전화 옴. 기도가 신실해 은혜 받으셨다고. 선교사님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 양치하고 잘 준비. 핸드폰이 있..

[코로나 일기] (4)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2022.02.25)

[코로나 일기] (4)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 코로나와 엄마 / 김동인(김정인) 엄마는 왜 그냥 부르기만 해도 좋은 걸까요. 나에게 아낌없이 주시는 그 사랑이 엄마. 그 엄마이기 때문이죠. 세상에는 좋은 엄마도 있고 무늬만 엄마인 사람도 있습니다. 엄마...라는 말을 들어도 감흥이 없다면 참으로 불행한 사람일 겁니다. 가족과 방문 하나의 거리를 둔 채 사흘째 떨어져 있습니다. 같은 곳에 있지만 서로 목소리만 들으니 얼굴이 보고 싶은지 둘째 아들이 영상 전화를 걸어옵니다. 엄마... 엄마... 많이 나았어? 엄마... 불쌍해. 보고 싶어. 엄마... 빨리 나아서 거실로 나와줘. 엄마. 나 이가 흔들려. 엄마가 빼주면 좋겠어. 엄마... 히히히... 엄마 빨리 나아서 만나... 안아..

[코로나 일기] (3)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2022.02.24)

■ 깨닫는 복을 / 김동인(김정인) 우린, 하나님이 주신 평안과 행복을 다 찾아 누리지도 못한채 생을 마감합니다. 주신 행복이 무엇인지 주신 은혜가 무엇인지 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 세포수보다도 많은 복을 주셨는데도 깨닫지 못합니다. 현실에 얽매여서 그저 아둥바둥 바닥만 쳐다보며 삽니다. 이 넓은 우주에 이 많은 사람들 중에 티끌 같은 작은 나를, 주님은 관심과 사랑으로 보고 계십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관용으로 나를 용서하십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기만을 기다리십니다. 나의 작은 읊조림의 찬양에 크게 기뻐하십니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것이 아픔 속에서도 울지 않는 것이 바로 은혜입니다. ■ 코로나 일기 / 김동인(김정인) 하는 거 없이 가만히 있어도 때..

[코로나 일기] (2)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2022.02.24)

■ 코로나와 남편 1 / 김동인(김정인) 가끔 도와주며 생색내는 남편이 종종 얄미웠습니다. 나는 여자라서 늘 당연시 여기던 일들 내가 코로나에 걸리니 집안일이 다 남편 몫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할 수 있을까. 어디 보자 했는데 이런, 너무 잘 합니다. 나가볼 수 없어 환경은 모르나 얼핏 보이는 모습엔 조금 미흡한 청소 외엔 가족들의 불편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하나님이 여자를 남자의 돕는 배필로 만드셨죠. 그 말씀을 체험케 하십니다. 적어도 저는 그 말씀의 의미를 조금은 깨닫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밥과 청소가 다가 아니고, 주부로서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로 인해 화를 내었던 부분들이 나의 잔소리였을 뿐임을... 가족은 사랑과 이해, 양보가 우선임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주부로서 지내며 청결하지 못했..

[코로나 일기] (1)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2022.02.23)

[코로나 일기] 이천 사는 조카가 보내온 ‘오미크론 투병기’ ■ 코로나 검사 금요일 오후 두통. 가벼운 오한. 퇴근 후 감기인가. 혹시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를 코에 쑥. 기침함. 극도의 긴장감. 아.. 한 줄 다행 휴.. 토요일 아침. 병원 감기약 지어옴. 낮에 증상 호전 다행. 일요일 새벽 2시 급 심해진 증상들이 수상 코막힘. 목 따끔. 기침. 한번 더 검사. 두 줄. 아이쿠.. 당황. 불안. 마스크 마스크.. 뭐부터 하나.. 야근하는 남편 연락 취함. 코로나 걸렸던 지인 급 연락 후 조언 듣고 아침 일찍 보건소. 한 시간 이상 떨고 검사. 핫팩 줌. 집 도착 후. 다시 격리 PCR.. 두근. 가족들 살얼음판 동료들 연락해 검사 재촉함. 집 손잡이 소독. 딸 방에서 자체 격리 시작 동료들 연락옴...

[나도시인] '함박눈 내린 날', '눈사람', '새벽송 1, 2' 김동인 (2021.12.27)

?? 함박눈 내린 날 / 김동인 함박눈이 밤새 내린 날 솜이불 같은 흰 눈이 무릎까지 푹푹 쌓인 날 아버지는 이른 아침 마당에 길을 내신다 숨을 내쉴 때마다 콧김은 금새 흰서리가 되고 반가워 짖어대던 바둑이 발을 구르다 집으로 들어간다 앞마당서 대문까지 넉가래로 밀고 싸리비로 쓸고 금새 좁다란 길이 생겼다 아아 알려드립니다 이른 아침부터 들려오는 칼칼한 이장님 목소리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린다 동네길이 마비가 되었으니 아침식사 후 모이라고 한참을 나갔다 오신 아버지 표정이 좋지 않다 술 좋아하던 동네 아져씨 밤사이 집에 못가고 뚝에서 얼어 죽었다고 ?? 눈사람 / 김동인 눈이 굴러간다 동글동글 동그라미 그리며 하늘에서 올 적엔 작은 홀씨 같더니 굴려굴려 모으니 눈사람이 되었다 솔가지 눈썹이 사나운 눈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