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마 / 김동인(김정인) 결혼하고 살림을 하다보니 부엌이란 장소는 거의 나의 영역이 되었다. 지금은 전기가 들어와 밭솥도 쓰고 전자렌지며 오븐이며 조리하기 편리한 주방도구들이 많아졌지만, 나의 어머니 세대만 해도 밥을 하려면 솥에 쌀을 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했다. 불꽃이 사그라진 재 위에 석쇠로 생선을 굽고 곤로(풍로)에 국을 끓이기도 했다. 그 옛날 가족들의 한끼 식사를 위해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는가 생각해 본다. 십여 년 전 쯤 어머니는 내게 나무 도마를 하나 사 주셨다. 두툼하니 받침대도 양쪽으로 두 개나 있고, 그 네 모퉁이에 돌기같은 검은 고무받침이 네 개가 있어 안전하고 튼튼했다. 무엇을 썰어도 안정감이 있고 들지않는 칼로 힘주어 썰어도 잘 버텨 주었다. 도마와 나는 끼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