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70

[나도詩人] 굵은 비, 시를 쓰다 김동인 (2020.05.18)

● 굵은 비 / 김동인 비가 온다 투둑 투두둑 굵은 비가 내린다 우산을 던져두고 우비를 입는다 타닥 타다닥 비가 느껴진다 빗물이 옷 틈새로 스미진 않지만 비가 몸에 느껴진다 빗방울이 내등을 치고 내어깨를 치고 내 머리위를 마구 친다 굵은 빗줄기는 나를 혼내는 듯 하다 왜 잘못한 일이 생각날까 이 비를 맞으며 우리 아버지는 논뚝이 터질까 몇번을 달려 가셨다 자전거에 삽자루 하나 끼어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논으로 가셨다 이 비를 맞으면서 이 비에 혼이 나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 시를 쓰다 / 김동인 마음 속 문을 열고 펜을 드니 노란나비가 날아와 내 코에 앉았다 실바람이 솔솔 불더니 나비가 날아 꽃이 되고 꽃의 향기가 바람이 되고 바람은 나의 머릿속을 휘감더니 솜털처럼 가벼운 구름이 되고 멀리 떠날 짐을..

[나도詩人] 천 가지 구름, 아버지의 지게, 강 김동인 (2020.05.18)

● 천 가지 구름 / 김동인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은 당신이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가슴을 치며 아파하는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구름은 비가 되었습니다 구름이 눈이 되어 내리는 것은 당신이 외로워하는 까닭입니다 추운 겨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당신을 위해 구름은 눈이 되었습..

[나도詩人] 동네버스, 꼬리잡기, 회개 김동인 (2020.05.17)

● 동네버스 / 김동인 덜컹덜컹 시골버스가 달린다 전날 내린 비에 생긴 물 웅덩이들 버스 손잡이에 더욱 힘을 줘 본다 꼬불꼬불 길따라 몸도 비틀비틀 취한 듯 흔들리는 우스꽝스런 모습 덜컹 쏴아 길가던 행인의 옷에 흙탕물이 튀고 툴툴 터는가 싶더니 버스 뒷 꽁무니에 삿대질을 해 ..

[나도詩人] 회상, 작은 여유 김동인 (2020.05.16)

● 회상 / 김동인 한 장의 빛바랜 사진 속에서 그 시절 그 때의 냄새가 난다 누군가의 파스텔색 옷감에서 달리는 23번 버스 안에서 버리지 못한 낡은 카세트 테이프에서 그 시절 그 때의 냄새가 난다 마음이 아려오고 눈가는 촉촉해 온다 이른 봄 아지랑이 피어오르 듯 가슴 속 깊은 곳에 ..

[나도詩人] 날 위한 십자가, 세월호 6주기 그리움.. 마음에 별이 되어 김동인 (2020.04.27)

● 날 위한 십자가 / 김동인 주님 지신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피로 얼룩진 곳마다 주님의 아픔과 고통, 눈물로 가득차 있습니다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 죄패가 달린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조롱하는 많은 사람들, 침 밷는자들의 희롱과 멸시 아우성치는 고함소리 십자가에 못 박으라 못 박..

[♤나도詩人] 못난이 인형, 어느 봄날, 라면 김동인 (2020.03.28)

● 못난이 인형 / 김동인 나는 못난이 인형 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 파도치는 나의 감정들이 인형을 꺼냅니다 즐거운 일이 생겼나요 노란 원피스의 웃는 못난이가 슬픈 일이 생겼어요 초록 원피스의 우는 못난이가 속상한 일이 생겼네요 빨간 원피스의 화난 못난이가 수시로 옷을 갈아..

[♤나도詩人] 미련, 고백 김동인 (2020.03.27)

● 미련 / 김동인 왜 그랬을까 그땐 철 없던 시절 그 차갑게 던진 말 따듯한 밥 한그릇 사주지 못했던 날 나는 어렸고 세상을 알지 못했고 인생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던 왜 그랬을까 그땐 손 한번 잡아주고 힘내라고 말할 것을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을 추억과 기억들이 너를 떠..

[♤나도詩人] 봄이 되고 싶다, 나의 입의 말이 김동인 (2020.03.15)

● 봄이 되고 싶다 / 김동인 봄은 말이 없다 기다리라 곧 가리라 하지 않는다 소리없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따스한 햇살이 봄이었고 들판을 깨우는 남풍이 봄이었고 나뭇가지 작은 연둣빛이 봄이었고 떠나고 싶은 설레임이 봄이었고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봄이었고 씨앗을 준비하는 농부..

[♤나도詩人] 좋아서, 질문, 따뜻함 김동인(2020.03.14)

● 좋아서 / 김동인 봄의 향기가 좋아서 봄내음 가득한 푸른 언덕을 찾아 떠나 봅니다 비오는 날이 좋아서 우산을 들고 빗속을 하염없이 걸어 봅니다 예쁜 꽃이 좋아서 아무날도 아닌데 꽃 한송이로 기분을 내어 봅니다 친구가 너무 좋아서 그 목소리가 그리워 무작정 전화를 걸어 봅니다..

[♤나도詩人] 2020년의 봄날, 그때의 봄 김동인 (2020.03.11)

● 2020년의 봄날 / 김동인 3월의 봄이 오는구나 산과 들은 너를 맞이할 준비 마쳤건만 우리는 봄의 문턱에 그저 앉아만 있구나 새싹이 움트고 봄의 온기로 작은 꽃망울 곧 터뜨리려 하는데 전염병이 우리의 봄을 빼앗고 두려움과 절망속에 떨게 하는구나 늘 때가 되면 찾아오는 봄 그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