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굵은 비 / 김동인 비가 온다 투둑 투두둑 굵은 비가 내린다 우산을 던져두고 우비를 입는다 타닥 타다닥 비가 느껴진다 빗물이 옷 틈새로 스미진 않지만 비가 몸에 느껴진다 빗방울이 내등을 치고 내어깨를 치고 내 머리위를 마구 친다 굵은 빗줄기는 나를 혼내는 듯 하다 왜 잘못한 일이 생각날까 이 비를 맞으며 우리 아버지는 논뚝이 터질까 몇번을 달려 가셨다 자전거에 삽자루 하나 끼어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논으로 가셨다 이 비를 맞으면서 이 비에 혼이 나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 시를 쓰다 / 김동인 마음 속 문을 열고 펜을 드니 노란나비가 날아와 내 코에 앉았다 실바람이 솔솔 불더니 나비가 날아 꽃이 되고 꽃의 향기가 바람이 되고 바람은 나의 머릿속을 휘감더니 솜털처럼 가벼운 구름이 되고 멀리 떠날 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