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동네버스, 꼬리잡기, 회개 김동인 (2020.05.17)

푸레택 2020. 5. 17. 21:50

 

 

 

 

 

● 동네버스 / 김동인

 

덜컹덜컹 시골버스가 달린다

전날 내린 비에 생긴 물 웅덩이들

버스 손잡이에 더욱 힘을 줘 본다

꼬불꼬불 길따라 몸도 비틀비틀

취한 듯 흔들리는 우스꽝스런 모습

덜컹 쏴아 길가던 행인의 옷에

흙탕물이 튀고 툴툴 터는가 싶더니

버스 뒷 꽁무니에 삿대질을 해 본다

좁디좁은 길 물이 튀는 건 그저 예삿일

아무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하루 다섯 번 찾아오는 동네버스

장날에야 만나는 산 너머 사람들

왁자지껄 시장통이 되기 일쑤다

꾸벅꾸벅 등에 엎혀 조는 아기

토큰을 연신 세어보는 할머니

지갑 위에 얹은 두손이 애처롭다

찢기고 젖은 학생들 회수권

눈치껏 모른 척 해 주는 버스기사

버스 안내원의 우렁찬 목소리

오라이 하며 버스 문은 닫히고

요란한 엔진소리 뿌연 먼지 날리며

산 속 마을로 유유히 사라진다

보따리 한짐씩 이고 진 사람들

길 따라 각자 집으로 흩어지고

늦은 밤을 알리는 막차가 떠나면

대문 여닫는 소리 개 짖는소리

희미한 불마저 하나 둘 꺼지고

시골 마을은 깊은 잠이 든다

 

● 꼬리잡기 / 김동인

 

게임을 한다

잡느냐 잡히느냐

시간과 꼬리 잡기게임을 한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도

시간은 도망간다

가만히 노려 보고 있어도

초바늘은 도망간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지금도 지금도 그리고 지금도..

나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간다

시간은 날마다 나와

꼬리잡기 게임을 한다

 

● 회개 / 김동인

 

나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주님

나의 생각 나의 계획 주님 아시지요

나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주님

나의 마음 나의 죄도 주님 아시지요

연약한 나는 늘 교만하였고

부족한 나는 늘 시험에 들었으며

작은 갈등에도 힘들어 했고

말씀을 확실히 믿지 못했어요

나의 마음은 회칠한 무덤 같았고

나의 입은 독이 가득 하였으며

나의 눈은 세상을 쫓아갔고

나의 발은 죄 짓는 곳에 빨랐어요

주님을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하였고

순종하는 척 나의 의를 앞세웠으며

입술로만 주여 주여 부르짖었고

악한 생각에 눌려 회개하지 않았어요

주님의 음성을 무시 하였고

주님 주시는 감동을 소멸 시켰으며

주님 주시는 생각을 외면했어요

거만하고 오만한 나는 죄인입니다

회개합니다 회개합니다

주님 앞에 엎드려 눈물로 회개합니다

십자가 보혈 그 피로 나를 씻으사

머리부터 발 끝까지 깨끗게 하소서

나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주님

나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주님

 

/ 2020.05.17 이천에서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