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천 가지 구름, 아버지의 지게, 강 김동인 (2020.05.18)

푸레택 2020. 5. 18. 17:07

 

 

 

 

 

● 천 가지 구름 / 김동인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은

당신이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가슴을 치며 아파하는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구름은

비가 되었습니다

 

구름이 눈이 되어 내리는 것은

당신이 외로워하는 까닭입니다

추운 겨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당신을 위해

구름은 눈이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하늘이 맑은 것은

당신이 즐거워하는 까닭입니다

오랜만에 활짝 웃는 모습이 좋아

당신을 위해 구름은

햇살보다 높이 올라갔습니다

 

혼자라고 느낄 때 저 위에 구름도

당신을 응원합니다

천 가지의 구름이 되어

떠나가는 것 같지만 다시 돌아옵니다

슬픈 날이 가면 좋은 날이 오는 것처럼

 

● 아버지의 지게 / 김동인

 

지게를 짊어진 아버지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진다

아버지는 힘이 들어 등이 자꾸

굽어지는데 그림자는 길어진다

해가 뉘엿뉘엿 간신히

아버지를 비취고 있다

짊어진 삶의 무게가 아버지를 누를 때

근심 걱정은 그림자가 된다

늘어나다 늘어나다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른 아침 다시 떠오르는 저 태양을

바라보며 기도를 한다

내 아버지 그림자가 작아지기를

삶의 무게가 늘어나지 않기를

 

● 강 / 김동인

 

나의 미간이 춤을 춘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강을 만들기도 하고

산을 만들기도 하고

평야를 걷기도 한다

두 눈썹이 움직이는 대로

미간은 요술을 부린다

그러다가 그만 두 긴 강이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눈썹을 움직여봐도

그 강이 없어지질 않는다

조용히 물이 흐른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강이 된다

 

/ 2020.05.18 이천에서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