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굵은 비, 시를 쓰다 김동인 (2020.05.18)

푸레택 2020. 5. 18. 22:47

● 굵은 비 / 김동인

 

비가 온다

투둑 투두둑 굵은 비가 내린다

우산을 던져두고 우비를 입는다

타닥 타다닥 비가 느껴진다

빗물이 옷 틈새로 스미진 않지만

비가 몸에 느껴진다

빗방울이 내등을 치고 내어깨를 치고

내 머리위를 마구 친다

굵은 빗줄기는 나를 혼내는 듯 하다

왜 잘못한 일이 생각날까

이 비를 맞으며 우리 아버지는

논뚝이 터질까 몇번을 달려 가셨다

자전거에 삽자루 하나 끼어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논으로 가셨다

이 비를 맞으면서

이 비에 혼이 나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 시를 쓰다 / 김동인

 

마음 속 문을 열고 펜을 드니

노란나비가 날아와 내 코에 앉았다

실바람이 솔솔 불더니

나비가 날아 꽃이 되고

꽃의 향기가 바람이 되고

바람은 나의 머릿속을 휘감더니

솜털처럼 가벼운 구름이 되고

멀리 떠날 짐을 챙긴다

나의 글에 날개가 생겼다

하늘을 높이 날아 올라

정상에서 메아리를 외친다

내 마음이 여기 있다고

날개를 펴고 곧 떠난다고

그 메아리가 지금 나를 깨운다

하나의 마음이 또 여기 적혔다

 

/ 2020.05.18 이천에서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