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솔바람, 재판관, 참새 김동인 (2020.05.23)

푸레택 2020. 5. 23. 19:28

● 솔바람 / 김동인

이 땅을 지키리라
민족의 혼 닮은 너는 푸른 소나무
모진 비바람도 견디어라
역사의 비밀을 너는 아는구나
잎이 어찌 그리 뾰족 한고
뜬 눈으로 지샌 세월을
사계의 푸르름으로 달래어 보나
나라의 한을 네가 다 품고
높디 높은 곳 가장 높은 곳에
너 우뚝 섰구나
어디메냐 어디에 말하느냐
바람소리에 내 귀를 귀울인다
솔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
푸른 솔아 왜 잠 못 드느냐
저 멀리 삼팔선이 그리 아프더냐
뾰족한 네 잎이 펴지 못함은
아직도 미련이 남음이구나
푸른 소나무야 푸른 소나무야
절개를 지킨 논개처럼
너의 충의가 넘치도다
높은 곳 그 곳에 이르는
메아리를 들어라
솔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를

● 재판관 / 김동인

탕!탕!탕!
재판이 시작 됐다
날마다 머릿속에서
재판을 한다
판단하고 비방하며
내 기준에서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나와 생각이 같아야 하고
나만큼 너도 해 내야 하고
나의 행동은 늘 합법적이며
나의 말이 가장 옳다 하는
재판관이 재판을 한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재판관은 쉴 생각이 없다
오늘은 몇번의
오만한 재판을 하였던가?

● 참새 / 김동인

작은 소쿠리에
막대기 기대어 놓고
방 문을 닫는다
참새가 올까?
쌀도 한웅큼 놓았는데
긴 끈을 잡고 기다린다
기다린다 또 기다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참새는 어리석지 않았다
나 어릴 적 그 때
나는 참새를 잡고 싶었다

/ 2020.05.23 이천에서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