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한강, 인생의 강, 질투 김동인 (2020.05.23)

푸레택 2020. 5. 23. 19:32

● 한강 / 김동인

역사의 강을 건너
선비처럼 태연히 걷고 있는 너
한강은 말이 없다
물 줄기의 깊음을 어찌 다 알랴
흐르다 보면 깊고 낮음이 변하는 것
역사의 강 저 건너
새 일꾼들의 함성 소리
한강의 물줄기는 끊기지 않으리니

● 인생의 강 / 김동인

강물이 흐른다
아름다운 강이 흐른다
저 물들은 어디메서 다 모였는고
어느 곳 어느 골짜기에서
이곳에 흘러 왔는가
깊은 산 바위틈을 비집고
험한 계곡을 지나 구불구불 흘러
이곳 강에 머물게 되었는고
설움도 눈물도 이 물에 섞였으리라
가슴에 맺힌 한이 있어 더디 오는가
고인 물이 썪어 오지 못하는가
구름은 비가되어 내렸는가
우박이 되어 울었던가
아름답고 경치 좋은 연못에서 왔으랴
어디메서 왔든 모두가 모여 강이 되고
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그 곳이 우리 모두의 본향 아니겠느냐
여기 모이고 보니
모나지도 않고 튀지도 않고
너만 예쁘지도 않구나
슬픔도 기쁨도 물 속에 다 녹이고
안고 품어 한줄기가 되었으니
흙탕물도 맑은샘 물도 하나의 강이라
누가 네게 묻거든 누가 네게 묻거든
너는 대답하라
나는 내 갈길을 갔고
가다가 가다가 여기 왔노라고
나는 너와 같은 물이라고

● 질투 / 김동인

예쁜 꽃이 말한다
나만 바라보라고 나만 보라고
보고 또보고 너만 바라 봤다
예쁜 꽃이 말한다
안아 달라고 나만 안아 달라고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던 나비는
날아갔다
다시 오지 않았다

/ 2020.05.23 이천에서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