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긴 겨울밤, 활짝 웃어보자, 바람길 따라 걷고 싶다 김동인 (2020.05.29)

푸레택 2020. 5. 29. 17:41

 

 

 

 

● 긴 겨울밤 / 김동인

시린 겨울 바람이 분다
산등성이 등진 시골 마을
칠흑 같은 어둠 긴 겨울밤
아궁이에 나뭇가지를 쑤셔넣고
풍로를 힘껏 돌린다
타닥 장작에 불 붙는 소리
빨갛게 달아오른 불씨들
무엇이든 다 태울 기세다
투두둑 감자를 아궁이에 던진다
부지깽이로 뒤적뒤적
빨간 불씨가 사방에 날아 오른다
소쩍새 우는소리 나지막이 들려오고
닭장에 닭은 눈을 떴다 감았다
고양이가 슬그머니 옆에 와 눕는다
푸드득 작은 소리에 개가 짖어대고
놀란 송아지 긴 콧김이 더 시린 밤
감자는 노릇노릇 잘도 익어간다
굴뚝의 연기 달빛을 흐리고
고요한 시골마을 긴 겨울밤은
깊어만 간다

● 활짝 웃어보자 / 김동인

활짝 웃어보자
웃을 때 더 활짝 웃어보자
웃고 있는데 슬퍼보인데
내가 덜 웃었나봐
거울을 보았어
정말 조금 웃더라
그래서 연습했어
활짝 웃는 걸
기분이 좋아졌어
활짝 웃는 모습이
예뻐 보였지
이제부터 이렇게 웃을 꺼야
활짝

● 바람길 따라 걷고 싶다 / 김동인

길 따라 걷는다
바람소리 들린다
저 먼 곳에 먼저 떠난 사람
그리워 생각한다
함께 지낸 세월을
희미한 기억 뿐
잊혀져가는 얼굴
바람의 길이 보인다면
그 길 따라 걷고 싶다
바람의 기억 그 향기를
나 어이 잊었는가
지나간 그 자리 바람 불었으니
그 바람 길 따라 걷고 싶다
그 바람 길 따라 가고 싶다
잊혀진 얼굴 잊혀져가는 얼굴
멀리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바람아 너 그곳에 가거든
그리운 미안한 이 마음 전해주오
길 따라 걷는다
바람 소리 들린다
저 멀리 먼 곳에 먼저 떠난 사람

/ 2020.05.29 이천에서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