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70

[나도시인] '유월의 여유', '수선', '얼굴' 김동인 (2021.06.10)

■ 유월의 여유 / 김동인 숲에 여유가 찾아왔다 이른 봄의 재촉에 못이겨 부지런히 싹 티우고 꽃 피우던 숲이 이제서야 잠시 여유를 부린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도 한들거리고 지저귀는 새소리 메아리치며 울리고 맑은 계곡물 소리 점점 우렁차니 잎사귀는 더욱 청록하다 오롯이 홀로 즐기는 여유로움 가을이 오기까지 한동안은 조용하겠지 ■ 수선 / 김동인 옷을 사니 키가 작아 이것도 크고 저것도 크고 맞춤이 아니니 그럴 수 밖에 조금만 더 컸더라면 인생도 옷가지처럼 수선하며 살 일이 많지 자르고 메우고 꼬메야 될 일 수선 많은 인생살이 정장인생 부럽지만 내 몸에 딱 맞는 옷 아니라도 접어 입으면 되지 줄여가며 늘려가며 입으면 되지 인생도 그렇게 살면 되는거지 가장 편한 옷은 잘 때 입는것처럼 내 인생도 편한 잠옷 같..

[나도시인] '사월의 꽃', '첫사랑', '글자 없는 편지' 김동인 (2021.05.31)

■ 사월의 꽃 / 김동인 봄이 지나갔다고 봄을 잊은 건 아닙니다 산과 들의 우거진 녹음이 봄을 생각나게 합니다 봄이 지나갔다고 그립지 않은 건 아닙니다 꽃봉우리에 맺힌 아침이슬이 아직 봄 햇살을 그리워합니다 다 꽃 피우지 못한 이여 그대가 떠나갔다고 그대를 잊은 건 아닙니다 그립지 않은 건 아닙니다 세월 속에 멈춰진 기억들이 우리 가슴 속에 꽃처럼 피어 그대를 생각나게 합니다 두 눈 감으면 보이는이여 조용히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바람에 꽃잎이 살랑이듯 당신의 아름다운 미소가 지금 여기 우리의 가슴을 울립니다 ■ 첫사랑 / 김동인 끊임없이 교차하는 물결이 작은 파도되어 스르르 철썩 고운 모래 위에 네 이름을 쓴다 한 글자 한 글자 또 한 글자 스르르 철썩 스르르 철썩 조금씩 사라져가는 이름 모래 위에 써 ..

[나도시인] '울지 않는 새', '유산', '그립습니다' / 봄비 김동인 (2021.05.19)

■ 울지 않는 새 / 김동인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좁은 지하도에 울리는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 너와 난 말이 없다 지하철 안내 방송에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서먹한 마음의 거리들 두 눈만 빼꼼히 보일 뿐 마스크 너머 가려진 얼굴 너와 나 그 거리 속 보이지 않는 높은 장벽 도시의 외로운 사람들 봄꽃은 피어 만발했건만 군중 속 그 침묵들이 쓸쓸한 저녁 바람에 홀로 흔들리는 갈대처럼 서글프다 적막한 숲 울지 않는 새처럼 아픔을 숨기고 그 목소리를 삼키고 너와 나 외로움을 가두는 팬데믹의 굴레 속에 벗어날 수 없는 바이러스와의 긴 혈투 이길 끝 최후의 날 승자는 웃을 수 있을까 ■ 유산 / 김동인 값 싼 물건을 사듯 오염된 공기를 샀다 마실 수 없는 물을 샀다 고물상 바다를 샀다 쓰레기 버리듯 맑은 하늘을 버렸..

[나도시인] '인생살이', '날 위해', '그 사랑', '하루살이' 김동인 (2021.05.14)

■ 인생살이 / 김동인 젊어서 벼슬이 좋다한들 나이들고 보니 건강이 최고더라 젊어서 인기가 많다한들 나이들고 보니 다정한 님이 최고더라 구름처럼 세월은 떠나가고 강물처럼 시간은 흘러가고 인생도 그렇게 사라지더라 세월이 화살 같이 빠르더라 어릴 적 기억은 꿈결 같고 청춘은 영화의 한 장면 같고 행복한 기억 아픈 기억 모두다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걸 깨닫네 신이 주신 시간을 아껴쓰며 남은 삶 즐겁게 욕심없이 살다가 내 이름 석자 기억하는 이마다 좋은 사람이었지 어진 사람아 이 한 마디 들을 수 있다면 나그네 인생 잘 산 거지 짧은 여행길 잘 걸어온 거지 인생살이 잘은 몰라도 아무미련 없으면 되는 거지 ■ 날 위해 / 김동인 낮은 곳 가장 낮은 자의 자리 주님 지신 십자가 형틀 ..

[나도시인] '마지막 꽃잎 되어', '믿음의 선물', '언제나 나를' 김동인 (2021.04.22)

■ 마지막 꽃잎 되어 / 김동인 많은 봄들이 그렇듯 지나고 또 다시 찿아 온 봄 뿌리가 튼실한 나무는 올해도 꽂을 피우네 고운 햇살에 땅들은 녹고 작은 씨앗이 깨어나는 봄 가랑비가 산과 들을 적시면 숲도 부산스레 움직이네 하얀 구름 파란 하늘 끝에 한 꼬마가 방긋 웃네 들려오는 젊음의 웃음소리 옛 그리운 얼굴들이 떠 가네 부르지 않은 봄은 또 오고 때가 되니 꽃은 또 피어있네 우리의 인생은 다시가 없고 푸른 청춘도 한번뿐이네 아! 다시 찾아온 봄은 내 나이 마지막 봄이네 내년에 꽃이 다시 핀다 하여도 지금의 나는 마지막 꽃잎되어 봄을 느끼네 ■ 믿음의 선물 / 김동인 겨자씨만한 믿음 내게 주소서 그 작은 믿음조차 내겐 없어서 주님께 순종하지 못하는 나는 죄인입니다 보지않고 믿는 믿음 내게 주소서 보이는 ..

[나도시인] '심성', '봄이 그랬지', '그냥' 김동인 (2021.03.20)

?? 심성 / 김동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아름답습니다 마음에 감사가 가득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겸손합니다 마음에 배려심이 있는 사람은 말과 행동이 남을 먼저 생각합니다 마음에 기쁨이 가득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남을 즐겁게 합니다 마음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사랑스럽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 주는 사람 배 고플 때 밥 한끼 사 주는 사람 힘들 때 위로해 주는 사람 기쁜 일이 있을 때 나누고픈 사람 슬픔을 함께 이겨내려는 사람 그냥 전화 걸어도 받아주는 사람 말 없이 등을 토닥여주는 사람 무조건 날 응원해 주는 사람 내 편이 되어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 마음이 한량없이 선한 사람 마음이 마음을 알아줄 때 당신의 심성이 보입니다 ?? 봄이 그랬지 / 김동인 곰이 겨울잠 자고 있는..

[나도시인] 3월의 눈, 어느 봄날, 사모의 기도, 하루의 끝 김동인 (2021.03.11)

?️ 3월의 눈 / 김동인 3월의 내리는 눈이 땅에 닿을 듯 곧 사라지니 촉촉히 젖은 땅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 든 연초록 풀잎 잊혀져가는 계절 그 서글픔에 아쉬움 안고 눈이 되어 내리니 봄은 그만 가라 녹아지라 한다 3월에 눈은 쌓이지 못한 채 봄을 기다린 땅에 물이되어 녹는다 ?️ 어느 봄날 / 김동인 어느 봄날 따스한 햇살 위로 아지랑이 피면 나는 연분홍 치마 진달래꽃 나는 터질듯한 목련화 꽃봉우리 어느 봄날 봄비가 촉촉히 땅을 적시면 나는 향긋한 봄나물 나는 파릇파릇 연초록 풀잎 어느 봄날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울면 나는 하늘하늘 버들강아지 나는 실개천 노래하는 종달새 노랑나비가 되어 봄이 되고픈 어느 봄날 ?️ 사모의 기도 / 김동인 기도할 때에 나는 오직 주님의 뜻을 위해 기도하게 하옵소서 꿈으..

[나도詩人] '믿음의 동역자', '황소', '영적 고아' 김동인 (2021.01.10)

■ 믿음의 동역자 / 김동인 주 안에서 하나 된 우리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자 넘어지면 손 잡아주고 힘들 때 기도로 돕는 자 사랑의 동역자여 믿음의 동역자여 복음을 위해 함께 애쓰는 자 진리를 위해 함께 수고하는 자 우리는 하나님의 일꾼 하나님의 사람 주의 증인되어 부름받은 성도여 주의 사랑으로 서로 돌아보아 참 진리 안에서 하나된 우리 온전한 믿음으로 함께 갑시다 오직 천국에 소망을 품은 자여 사랑의 동역자여 믿음의 동역자여 ■ 황소 / 김동인 호수처럼 맑은 두 눈망울 긴 속눈썹이 꿈벅꿈벅 허허 벌판에 황소 한 마리 코뚜레줄에 묶인 황소가 쉴새없이 턱을 움직인다 풀을 뜯어먹다 먼 곳을 본다 풀을 뜯어먹다 먼 곳을 본다 달려드는 작은 벌레들 짧은 꼬리로 등을 쳐 댄다 이제는 배가 ..

[♤나도시인] 내려놓기, 성탄맞이, 선택 김동인 (2020.12.19)

■ 내려놓기 / 김동인 나의 것 오롯이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 내 몸 내가 번 돈 내가 사는 집 내가 낳은 자식 정말, 내 것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작은 풀 한 포기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 작은 개미 하나도 내 것이 아니다 지금 내 것이라고 자부하는 것들 전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잠시 허락한 신의 배려일 뿐 내 몸도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거늘 그 흙이 어찌 내 것이란 말인가? 나무들의 양분이 될 뿐이다 바람의 날리우는 먼지가 될 뿐이다 손으로 꽉 웅켜 쥔들 언젠가 그 손바닥이 펴지고 나의 눈꺼풀이 덮일 때 내 속에 깨있는 영혼만이 신께 돌아갈 뿐이다 ■ 성탄맞이 / 김동인 성탄의 아침이 다가온다 동방의 큰 별이 움직이고 하늘 보좌를 떠나 낮은 이곳에 주님이 오시는 날..

[♤나도시인] '낙엽', '그리움 안고 쏟아지는 함박눈' 김택우 (2020.12.08)

■ 낙엽 / 택우 떨어진 나뭇잎 주워보니 세월이더라 낙엽을 떨굼은 새잎 돋아나게 하려 함이라 버리고 또 버리고 비우고 또 비우면 상처 아물고 새잎 돋아나리라 꽃도 피리라 열매와 씨도 맺으리라 낙엽 속에 벌레 몇 마리 함께 있더라 누군가의 춥고 긴 겨울이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으로 포근하고 아늑한 나날이 되리니 인생을 보람있게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 가진 것 나누고 함께 하는 것 벌레도 나뭇잎도 나와 함께 세월 속에 묻혀 있더라 ■ 그리움 안고 쏟아지는 함박눈 / 택우 함박눈 펑펑 쏟아지던 날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은 봄날의 벚꽃보다 아름다운데 나뭇가지 눈꽃 무게 견디며 목련은 꽃잔치 흥겨울 봄을 기다리고 동네 꼬마 녀석들은 눈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든다 나는 너를 향한 그리움 안고 커다란 함박눈 눈썹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