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70

[♤나도詩人] 금붕어, 하늘은 아이들 닮았지 김동인 (2019.09.01)

● 금붕어 / 김동인 어항 속 헤엄치는 금붕어 그 곳은 금붕어의 집이지 천적도 없고 안정적인 곳 먹이를 찾아 애쓰지도 않아 깨끗한 물은 항상 교체되지 하지만 니가 안쓰럽구나 예쁜 금붕어가 불쌍해 보여 그저 주는 먹이에 감사하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 채 어항 주위만 빙빙 도는 금..

[♤나도詩人] 살다보니, 감사하세요 김동인 (2019.09.01)

● 살다보니 / 김동인 눈물 바람 지새던 하얀 밤들이 누구의 말도 내겐 위로가 안 되는 날들 스스로 어쩔 수 없어 마음 다독이며 지내야만 했던 숱한 나날들 살다보니 살아보니 살려하니 고개숙인 내 얼굴 들리는 날 옵디다 희망도 어떤 가망성도 다 내겐 끊어질 동아줄 같아 잡지 못하고 ..

[♤나도詩人] 두물머리 강 되어, 가을은, 코스모스 김동인 (2019.08.31)

● 두물머리 강 되어 / 김동인 남한강과 북한강 각자의 물길따라 흘러가다 한 길 되어 만나는 이곳 두 물줄기 파도 칠만도 한데 늘 만나던 친구처럼 강은 잠잠하다 가슴으로 서로를 품고는 어떻게 흘러 왔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로는 묻지 않는다 이곳 두물머리 오기까지 숱한 고난과..

[♤나도詩人] 김치전, 할미꽃,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아프게 하였는가 김동인 (2019.08.30)

● 김치전 / 김동인 주룩주룩 여름 장맛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날 아버지 이런 날이면 김치전 성화시다 김치 송송 썰어 계란에 밀가루 섞어 놓고는 달궈 놓은 후라이팬 위에 한 국자 떠 올린다 치르르 치르르 익는 소리 맛있는 소리 누가 오라 모이라 부른 적도 없는데 가족 모두 한자..

[♤나도詩人] 일상 메아리 되어, 긴 기다림, 가을이 왔나 봐요 / 김동인 (2019.08.24)

● 일상, 메아리 되어 / 김동인 자명종 소리 울리고 늘 그렇듯 오늘이 나를 맞는다 같은 시간 밥을 먹고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어제의 태양이 나를 비추고 나는 또 배가 고파온다 일상은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오늘도 나에게 와 있다 저무는 저 해처럼 사라지는 듯 보이지..

[♤나도詩人] 아버지의 장날, 용서는 사랑이에요, 지금 너와, 마음을 나누어요 김동인 (2019.08.18)

● 아버지의 장날 / 김동인 주룩주룩 비가 오는날 마침 오늘이 장날이야 일손 바쁜 농부에겐 이런 날 장보기 딱 좋지 주머니에 돈은 몇푼 없지만 쏠쏠한 눈구경은 할 수 있어 간만에 이사람 저사람 번잡함도 느껴보고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 잠시 잊고 구경 삼매경 필요한 건 많지만 다는 ..

[♤나도詩人] 농부의 가을, 낙엽이 진다, 멈추지 않는 것들 김동인 (2019.08.15)

● 농부의 가을 / 김동인 산마다 가을 단풍 빨갛게 물들고 저마다 가을 정취 취해 있을 때 농부에겐 그저 분주한 날들 한낱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누렇게 익은 벼는 베기를 재촉하고 옥수수 감자 참깨 거둬 광에 들이니 곳곳마다 농부의 수고 묻어 쟁이고 콩뽑기 벼베기 고추따기 아직도..

[나도詩人] 외할머니, 소나기, 8월의 구름 김동인 (2019.08.01)

● 외할머니 / 김동인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 가는 날 엄마 큰 보따리 두 개 큰 오빠 보따리 하나 작은 오빠 보따리 하나 나는 엄마 옷자락 잡고 쫄랑쫄랑 따라간다 버스를 갈아 타고 또 갈아 타고 서너 시간 발품 팔아 도착한 곳 명륜동 골목에 들어서면 생선 가게 과일 가게 신기한 나라 시골 촌 아이 눈엔 없는 게 없다 오르고 걷고 긴 계단을 또 오르면 초록 대문 조그만 마당 어서 온나 고생했다 외할머니 반갑게 우릴 맞으신다 하얀 머리 곱게 빗은 외할머니 아직도 눈에 선한 커다란 벽시계 하얀 피부에 틀니를 끼시던 고운 나의 외할머니 전화도 없던 시절 그 긴 그리움 할머니 할머니 나의 할머니 할머니가 없는 명륜동은 그저 공허한 울림일 뿐 ● 소나기 / 김동인 인생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소나기 예고 없이 떨어..

[♤나도詩人] 옥수수, 발자국, 성경을 읽다가 김동인 (2019.07.31)

● 옥수수 / 김동인 이 더운 여름에 무슨 사연이니 겹겹이 걸쳐 입은 옷이 더워 보이는구나 언제나 단정하게 묶은 너의 머리 바람에 흔들릴 때 외롭진 않겠구나 잠자리 매미 너의 친구들 언제나 너의 곁에 있으니 참 다행이구나 사연 많은 옥수수야 세상살이 힘들어도 얼굴 들고 살자 겹..

[♤나도詩人] 한여름 밤, 삐라의 추억, 아침아, 이름 김동인 (2019.07.28)

● 한여름 밤 / 김동인 뉘엿뉘엿 해가 서산 끝에 매달려 아쉬움 남길 때 밭 일이 한창인 아낙네는 서둘러 집에 갈 생각에 마음 분주하다 매어 놓았던 소 끈 풀어 질끈 움켜잡고 지게 짊어진 농부는 하루의 고단함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겹게 발걸음 내딪는다 해는 지고 하나 둘 굴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