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두물머리 강 되어, 가을은, 코스모스 김동인 (2019.08.31)

푸레택 2019. 8. 31. 15:55

 

 

 

 

 

 

● 두물머리 강 되어 / 김동인

 

남한강과 북한강

각자의 물길따라 흘러가다

한 길 되어 만나는 이곳

두 물줄기 파도 칠만도 한데

늘 만나던 친구처럼

강은 잠잠하다

가슴으로 서로를 품고는

어떻게 흘러 왔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로는 묻지 않는다

이곳 두물머리 오기까지

숱한 고난과 아픔과 역경이

셀 수 없이 많이 지나갔음을

알 수 없는 깊이 만큼이나

서로는 이미 알고 있다

저 강처럼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면

알 수 없는 깊이 만큼이나

세상을 품어 줄 수 있었다면

나도 강이 되어 이곳

한 길을 유유히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을

 

● 가을은 / 김동인

 

가을은 그리운 것을 더욱 그립게 한다

쓸쓸한 바람소리마저

나를 그리움에 사무치게 만들어 놓는다

그리운 사람 그리운 시절 그리고

서럽도록 그리운 추억들이

가을 바람을 타고 저 하늘로 날리우니

그리운 것들은 빛바랜 필름처럼

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가을은 그리운 것을 더욱 그립게 한다

그리움은 나의 입가에 미소를

나의 두 눈에 눈물을 맺혀 놓는다

가을은 그리운 것을 더욱 그립게 한다

 

● 코스모스 / 김동인

 

가냘픈 줄기 타고 곧게 자라나

방긋 웃는 얼굴로 바람을 맞고

반가워 몸을 흔드는 꽃이여

코스모스 순수한 이름처럼

가을의 맑은 하늘을 담고 있구나

수줍은 듯 하늘거리는 꽃잎들

따사로운 햇살은 너를 비추고

가을, 가을은 코스모스의 계절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는 꽃이여

가을 사랑의 향기를 가득 품고는

한들한들 바람따라 나누어 주는

사랑의 코스모스 꽃이여

이 가을 누구의 가슴을 울리려고

그리 예쁘게 피어 있는가


/ 이천에서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