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김치전, 할미꽃,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아프게 하였는가 김동인 (2019.08.30)

푸레택 2019. 8. 31. 07:39

 

 

 

 

 

● 김치전 / 김동인

 

주룩주룩 여름 장맛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날

아버지 이런 날이면

김치전 성화시다

김치 송송 썰어 계란에

밀가루 섞어 놓고는

달궈 놓은 후라이팬 위에

한 국자 떠 올린다

치르르 치르르

익는 소리 맛있는 소리

누가 오라 모이라

부른 적도 없는데

가족 모두 한자리에

둘러 앉아서 눈치만 보니

전 부치는 어머니

손만 점점 바빠지고

김치전 하나에

온 가족이 즐거우니

웃음소리 시끌벅적

이야기 소리는

우리집 담장을 넘고

비 오는날이면

우리집은 소박한 잔치 중이네

 

● 할미꽃 / 김동인

한적한 무덤가 홀로 핀 할미꽃

밤이나 낮이나 등 구부리고는

어디를 그리 바라보고 있는고

마음 둘 곳 없어 애처로워 보이니

착잡한 마음 어머니만 그립구나

 

●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아프게 하였는가 / 김동인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아프게 하였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분노케 하였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하였는가

그것은

내 나라를 강제로 쳐들어와 우리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까닭이요

젊은 처자들을 강제 동원하여 그들의 순결을 무자비 하게 짓밟은 까닭이요

무고한 사람들을 강제징용하고 총 칼로 난도질한 까닭이요

후손들이 아픈 역사를 가슴에 품고도 아프다 말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까닭이요

마땅히 사죄하여야 됨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안하는 까닭이요

내 나라 독도를 망령되이 자기 땅이라 우기는 까닭이요

연약한 나라로 여기면서 매도하고 겉과 속이 다르게 비웃는 까닭이요

치욕의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까닭이요

진실이 드러난 역사에 억울하고 비통하여 가슴 아픈 까닭이니

이 죄를 너희가 어찌 감당 하려는가

무수히 많은 피흘림의 한(恨)을 너희가 어찌 풀어 줄 수 있겠는가

너희의 만행을 바람도 알고 구름도 알고 저 태양도 알거늘

어찌 진실을 투명화일로 덮고는 아니라 하는가

역사는 지금도 진실의 강이 되어

여기 흐르고 있다

 

/ 봄비 김동인 2019.08.30(금) 이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