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70

[♤나도시인] '물레방아 인생', '말', '거짓말' 김동인 (2020.11.29)

■ 물레방아 인생 / 김동인 이 세상 태어나 살다보면은 아픔과 설움 상처없는 이 누구 우리네 가슴마다 사연 있다면 그 곳엔 눈물의 연못도 있지 세윌따라 계절은 돌고 도는데 바람따라 구름은 돌고 도는데 우리네 인생살이 돌고 돌아도 다시 또 제자리 물레방아처럼 겨울 가면 꽃 피는 봄이 오겠지 이내 삶은 언제쯤 봄이 찾아올까 꽃 피는 그날만 간절히 기다리네 인생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라네 ■ 말 / 김동인 색깔도 없고 모양도 없는 말 향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말 내 입의 말이 오늘도 고삐없이 달린다 누군가를 울리고 웃기고 아프게도 하고 감싸기도 한다 두 귀엔 악마와 천사가 산다 쉬지 않고 내게 속삭인다 말에 맨 고삐가 풀렸을 때 난 기도한다 악마의 속삭임을 분별할 수 있길 달리는 말을 쉬게 한다 그래서 죄를 ..

[♤나도시인] '초록 자전거', '인생사', '영의 삶으로', '쉼표' 김동인 (2020.11.08)

■ 초록 자전거 / 김동인 앞 산의 긴 개울 뚝 자전거 패달을 힘껏 밟는다 뿌연 흙먼지가 뒤를 쫒고 삐그덕 삐그덕 바퀴소리 여기저기 녹이 슬어도 괜찮아 내친구 초록 자전거 풀내음 산내음 라일락 향기 울적한 마음 콧노래로 달래고 새소리 물소리 실바람 소리 미루나무 큰 키가 참 멋지다 바람에 떠가는 뭉개구름은 커다란 솜사탕 토끼 구름 나 혼자 심심할 때면 언제나 날 위로해 주는 내 친구 초록 자건거 ■ 인생사 / 김동인 이른새벽 호미자루 하나 들고 그 넓은 밭 어디매 앉아 고개 한번 못들고 해가 중천이네 배는 고파오는데 손 못 놓고 온몸이 땀에 쓰리는구나 어딜봐도 앉아 쉬라는 곳 없어 그 여름 바람마저 무정한 날 소쩍새는 하릴없이 울어대니 내 어머니 지난 세월 야속도 하다 굽은 허리 굽은 호미자루 한 고개 ..

[♤나도시인] 단풍의 세계, 통증 코로나19, 행복 찾기 김동인 (2020.09.19)

■ 단풍의 세계 / 김동인 붉은 잎 노란 잎 색동 잎들이 바람과 만나는 순간 이곳은 혼돈의 나라 카오스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람을 타고 회오리치다 떨어지고 땅에 닿을 듯 다시 날리우는 잎새 부서질 듯한 고운 잎을 한 움큼 모아 하늘에 날리우면 파란 연못에 나는 빠진다 흰 구름배가 줄지어 항해하는곳 목적지 없는 배안에 내 마음을 실었다 잎도 하나 띄어 보내련다 고운 잎이 아름다워 난, 이 혼돈의 세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 통증, 코로나19 / 김동인 2019 겨울 코로나19가 지구인들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었다 우리의 손발을 묶었고 우리의 입을 가리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하였고 손을 맞 잡고 온기를 나눌 수 없다 소독약을 아무리 뿌려대도 지구는 더 오염되어 가고 우리의 마음은 탐욕으로 병들어 모두가..

[나도詩人] 나무의 고향, 버스 놓친 날, 동행 김동인(2020.09.02)

■ 나무의 고향 / 김동인 나무는 씨앗이 떨어진 그곳 그 자리에서 일평생을 산다 몇 십년 몇 백년을 한 곳에서 흙이 있음을 감사해 하며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섬에 떨어지면 섬 나무로 강가에 떨어지면 강가 나무로 씨앗이 머문 그곳 운명의 자리에 터를 잡는다 빗물을 감사히 흡수하고 햇살을 감사히 받으며 욕심없이 불평없이 깊이 뿌리내린 그곳은 나무의 고향이 된다 나무의 무덤이 된다 나무의 향기가 된다 ■ 버스 놓친 날 / 김동 인 하굣 길 마을버스 놓친 날 시내버스 타고 외딴 도로가에 내린다 긴 흙 길 긴 한숨 소리 가을 바람이 갈대 사이를 가른다 갈 길이 먼 나의 마음을 가른다 그늘 하나 없는 길 뿌연 먼지바람이 회오리친다 덜그럭 덜그럭 빈 도시락 소리 내 발걸음에 박자를 놓는다 스치는 낯선 동네 낯선 ..

[♤나도詩人] '나무는 나무는', '바다는 오늘도 홀로 춤을 춘다', '다시 일어나' 김동인 (2020.08.17)

● 나무는 나무는 / 동인 나무는 나무는 하늘을 좋아해 팔을 쭉쭉뻗어 하늘을 안아주고 싶데 나무는 나무는 햇님을 좋아해 보척처럼 빛나는 따듯한 햇살이 좋데 나무는 나무는 비를 좋아해 빗물에 샤워도하고 쑥쑥 자라서 좋데 나무는 나무는 바람을 좋아해 솔솔 바람따라 춤을 출 수 있어 좋데 나무는 나무는 나를 좋아해 내가 옆에 있으면 하나도 외롭지 않데 나무야 나무야 나도 니가 좋아 널 보면 내 마음이 즐겁단다 ● 바다는 오늘도 홀로 춤을 춘다 / 동인 고요한 바닷가 바다가 홀로 춤을 춘다 잔잔한 물결이 왔다 갔다 철썩철썩 느리게 혹은 강하게 바람이 밀어 주고 갈매기는 응원해 주고 햇살의 강렬한 조명 받으며 바닷물이 홀로 춤을 춘다 출렁출렁 거대한 몸을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저 끝 수평선 그 어딘가에서 시작된 ..

[나도詩人] 허수아비, 고목나무, 그것은 축복입니다 김동인 (2020.07.07)

● 허수아비 / 김동인 허름한 겉옷 툭 걸치고 밀짚모자 푹 눌러 쓴 나는 허수아비 잘 익어가는 곡식들 넓은 논 위에 우뚝 서 있다 이글거리는 한낮 뜨거운 태양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을 홀로 견디며 이곳을 지켜야 한다 곡식이 다 익을 때까지 나는 허수아비 아무도 내 곁에 오지 않아 아무도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지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신세 내게 다가와 주는 새를 쫓고 무서운 얼굴로 겁을 주지 곡식이 다 익을 때까지 나는 허수아비 긴 외로움에 서러움에 밀짚모자 눌러 쓰고 울고 있지만 아무도 몰라 내가 얼마나 겁쟁이라는 걸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라는 걸 나는 이곳을 지켜야 해 곡식이 다 익을 때까지 나는 허수아비 ● 고목나무 / 김동인 기억하는가 울창하고 푸르던 그 잎새를 새들의 쉼터가..

[나도詩人] 긴 겨울밤, 활짝 웃어보자, 바람길 따라 걷고 싶다 김동인 (2020.05.29)

● 긴 겨울밤 / 김동인 시린 겨울 바람이 분다 산등성이 등진 시골 마을 칠흑 같은 어둠 긴 겨울밤 아궁이에 나뭇가지를 쑤셔넣고 풍로를 힘껏 돌린다 타닥 장작에 불 붙는 소리 빨갛게 달아오른 불씨들 무엇이든 다 태울 기세다 투두둑 감자를 아궁이에 던진다 부지깽이로 뒤적뒤적 빨간 불씨가 사방에 날아 오른다 소쩍새 우는소리 나지막이 들려오고 닭장에 닭은 눈을 떴다 감았다 고양이가 슬그머니 옆에 와 눕는다 푸드득 작은 소리에 개가 짖어대고 놀란 송아지 긴 콧김이 더 시린 밤 감자는 노릇노릇 잘도 익어간다 굴뚝의 연기 달빛을 흐리고 고요한 시골마을 긴 겨울밤은 깊어만 간다 ● 활짝 웃어보자 / 김동인 활짝 웃어보자 웃을 때 더 활짝 웃어보자 웃고 있는데 슬퍼보인데 내가 덜 웃었나봐 거울을 보았어 정말 조금 웃더..

[나도詩人] 한강, 인생의 강, 질투 김동인 (2020.05.23)

● 한강 / 김동인 역사의 강을 건너 선비처럼 태연히 걷고 있는 너 한강은 말이 없다 물 줄기의 깊음을 어찌 다 알랴 흐르다 보면 깊고 낮음이 변하는 것 역사의 강 저 건너 새 일꾼들의 함성 소리 한강의 물줄기는 끊기지 않으리니 ● 인생의 강 / 김동인 강물이 흐른다 아름다운 강이 흐른다 저 물들은 어디메서 다 모였는고 어느 곳 어느 골짜기에서 이곳에 흘러 왔는가 깊은 산 바위틈을 비집고 험한 계곡을 지나 구불구불 흘러 이곳 강에 머물게 되었는고 설움도 눈물도 이 물에 섞였으리라 가슴에 맺힌 한이 있어 더디 오는가 고인 물이 썪어 오지 못하는가 구름은 비가되어 내렸는가 우박이 되어 울었던가 아름답고 경치 좋은 연못에서 왔으랴 어디메서 왔든 모두가 모여 강이 되고 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그 곳이 우리 ..

[나도詩人] 솔바람, 재판관, 참새 김동인 (2020.05.23)

● 솔바람 / 김동인 이 땅을 지키리라 민족의 혼 닮은 너는 푸른 소나무 모진 비바람도 견디어라 역사의 비밀을 너는 아는구나 잎이 어찌 그리 뾰족 한고 뜬 눈으로 지샌 세월을 사계의 푸르름으로 달래어 보나 나라의 한을 네가 다 품고 높디 높은 곳 가장 높은 곳에 너 우뚝 섰구나 어디메냐 어디에 말하느냐 바람소리에 내 귀를 귀울인다 솔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 푸른 솔아 왜 잠 못 드느냐 저 멀리 삼팔선이 그리 아프더냐 뾰족한 네 잎이 펴지 못함은 아직도 미련이 남음이구나 푸른 소나무야 푸른 소나무야 절개를 지킨 논개처럼 너의 충의가 넘치도다 높은 곳 그 곳에 이르는 메아리를 들어라 솔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를 ● 재판관 / 김동인 탕!탕!탕! 재판이 시작 됐다 날마다 머릿속에서 재판을 한다 판단하고 비방하며 ..

[나도詩人] 탓, 고드름 김동인 (2020.05.18)

● 탓 / 김동인 곱게 내리고 싶은 비가 거세게 창문을 내리친다 천둥소리 우르르 쾅쾅 나뭇가지 사방으로 흔들리고 먹구름 가득히 밤이 된 듯 하다 몰아치는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거칠게 떨어지는 빗물의 모습이 무서운 영감탱이 할배 얼굴 같다 지팡이 손에 들고 뒷짐 지고는 고함치는 무서운 동네 할배 같다 곱게 내리고 싶은 비가 탓을 한다 바람 때문에 힘들다고 먹구름 때문에 날 싫어 한다고 영감탱이 할배 얼굴을 하고는 남 탓을한다 이곳에 널 데려다 준 게 바람이거늘 먹구름이 널 안고 있다가 놓아 준 것을 바람과 먹구름이 없었으면 너는 여기 떨어질 수도 없는 것을 ● 고드름 / 김동인 고드름이 달렸다 구불구불 양철지붕 골마다 고드름이 쪼르르 매달려 있다 어느 거부터 따 볼까? 제일 큰 놈을 골라 점프를 해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