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시인] '낙엽', '그리움 안고 쏟아지는 함박눈' 김택우 (2020.12.08)

푸레택 2020. 12. 8. 16:08

■ 낙엽 / 택우

떨어진 나뭇잎
주워보니 세월이더라

낙엽을 떨굼은
새잎 돋아나게 하려 함이라

버리고 또 버리고
비우고 또 비우면
상처 아물고
새잎 돋아나리라
꽃도 피리라
열매와 씨도 맺으리라

낙엽 속에
벌레 몇 마리 함께 있더라

누군가의 춥고 긴 겨울이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으로
포근하고 아늑한 나날이 되리니

인생을
보람있게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 가진 것 나누고 함께 하는 것

벌레도 나뭇잎도
나와 함께
세월 속에 묻혀 있더라

■ 그리움 안고 쏟아지는 함박눈 / 택우

함박눈 펑펑 쏟아지던 날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은
봄날의 벚꽃보다 아름다운데

나뭇가지 눈꽃 무게 견디며
목련은 꽃잔치 흥겨울 봄을 기다리고
동네 꼬마 녀석들은
눈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든다

나는 너를 향한 그리움 안고
커다란 함박눈 눈썹 위에 쏟아져
시린 눈 속에 파고드는 길을 걷는다

함박눈은 밤새
휴전선 초소에도 내려 쌓이고
나는 전선의 밤을 지키는
스무살 청년이 된다

적막한 깊은 산골짜기
소리없이 내려 쌓이는 함박눈은
나의 모든 상처와 아픔을 덮으며
새살이 되어 돋아나는데

문득 뒤돌아보니
너는 젊은 그 모습 그대로인데
하얗게 시린 내 마음 속 겨울엔
스무살 나와 예순살 내가
친구되어 눈 쌓인 산길 걸어간다

/ 2020.12.08 택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