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시인] '초록 자전거', '인생사', '영의 삶으로', '쉼표' 김동인 (2020.11.08)

푸레택 2020. 11. 8. 18:30



■ 초록 자전거 / 김동인

앞 산의 긴 개울 뚝
자전거 패달을 힘껏 밟는다
뿌연 흙먼지가 뒤를 쫒고
삐그덕 삐그덕 바퀴소리
여기저기 녹이 슬어도
괜찮아 내친구 초록 자전거
풀내음 산내음 라일락 향기
울적한 마음 콧노래로 달래고
새소리 물소리 실바람 소리
미루나무 큰 키가 참 멋지다
바람에 떠가는 뭉개구름은
커다란 솜사탕 토끼 구름
나 혼자 심심할 때면
언제나 날 위로해 주는
내 친구 초록 자건거

■ 인생사 / 김동인

이른새벽 호미자루 하나 들고
그 넓은 밭 어디매 앉아
고개 한번 못들고 해가 중천이네
배는 고파오는데 손 못 놓고
온몸이 땀에 쓰리는구나
어딜봐도 앉아 쉬라는 곳 없어
그 여름 바람마저 무정한 날
소쩍새는 하릴없이 울어대니
내 어머니 지난 세월 야속도 하다
굽은 허리 굽은 호미자루
한 고개 넘어 좋은 날 오고
두 고개 넘어 웃을 일 있겠지
속절없이 보낸 세월 얼마인가
흰머리가 볕에 비춰 반짝이니
아픔의 진주 같아 눈물이 난다

■ 영의 삶으로 / 김동인

내 영이 주님을 찬양합니다
내 영이 주님을 경배합니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자 랑 다 내려놓고
내 영이 주님을 사랑합니다
나의 양심을 흔드시는 주님의 음성
말씀대로 순종하는 믿음 주소서
주님께 묻고 주의 말씀을 기다리고
주님과 동행하고 늘 감사하는 삶
말씀에 의지하여 예비해 주신
그 길만 걸어 가오니
나 광야에 있을지라도
오직 주님만 의지합니다

■ 쉼표 / 김동인

찬바람이 분다
나무는 바람에 가지를 맡긴다
노랗게 물든 잎이 떨어진다
수북히 쌓인 나뭇잎들
자신의 거름이 되어 썪어지리라
한해의 수고를 다 내려놓고
쉼을 얻는다
자연의 순리에 다 맡기고
앙상한 가지로 남아
그렇게
쉼표를 찍는다
새 봄을 위하여...

ㅡ이천에서 보내온 봄비의 詩

/ 2020.11.08(일) 편집 택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