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2020년의 봄날, 그때의 봄 김동인 (2020.03.11)

푸레택 2020. 3. 11. 12:43

 

 

 

 

 

 

● 2020년의 봄날 / 김동인

 

3월의 봄이 오는구나

산과 들은 너를 맞이할 준비 마쳤건만

우리는 봄의 문턱에 그저 앉아만 있구나

새싹이 움트고 봄의 온기로

작은 꽃망울 곧 터뜨리려 하는데

전염병이 우리의 봄을 빼앗고

두려움과 절망속에 떨게 하는구나

늘 때가 되면 찾아오는 봄

그 햇살이 좋아 벗과 함께 걷던 때

평범한 일상과 사소한 웃음소리들

왜 우리는 감사하지 못했던가

왜 우리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가

애처롭게 봄을 느끼야만 하는가

2020년 3월의 봄날

슬픔 가득 뜨거운 눈물이 고인다

마스크 위로 흘러내린다

희망과 의지 3월의 봄아!

그래도 너는 꽃망울을 터뜨려다오

절망과 아픔 속에서도 꽃을 피워다오

우리를 위하여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 그때의 봄 / 김동인

 

한 꼬마가 봄맞이 소풍을 간다

작은 신을 신고 작은 배낭을 메고

혼자서 봄나들이를 간다

버들가지 하늘하늘 흔들리는 곳으로

커다란 미루나무들이 멋스럽게

줄지어 서있는 곳으로

졸졸 흐르는 냇물 속에 작은 물고기

봄이 온 걸 먼저 알고 좋아한다

저 멀리서 온순한 바람이

작은 꼬마의 머리를 흩날린다

코끝을 스치는 봄 내음

작은 눈에 더 작은 새싹이 보인다

봄 햇살 받으며 꼬물꼬물

힘내며 자라는 새싹이 귀엽다

이 풀들이 자라면 우리 누렁소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지

쫄랑쫄랑 걸어가는 꼬마 뒤로

아지랑이 춤추 듯 피어오르고

맑은 하늘의 햇살이 따듯하다

살며시 감은 눈을 떠보니 꼬마가

주름 많은 어른이 되었구나

눈 감으면 보이는 꼬마가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엔

같이 소풍을 떠나자고 한다

 

/ 2020.03.11(수) 이천에서 보내온 詩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