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12월 어느 날, 유치원 졸업식날 김동인 (2019.12.25)

푸레택 2019. 12. 25. 21:30

 

 

 

 

 

● 12월 어느 날 / 김동인

 

푸르던 밭도 황금빛 논도

12월 추위에 사라지고

검은 비닐 막 걷어 제낀

누런 황토밭이 얼어간다

외양간 송아지 긴 콧김은

추위와 한창 씨름 중이다

군불에 고구마 몇 덩이 던져

부지깽이로 뒤적뒤적

한해의 고단함과 수고를

짧은 한숨으로 걷어본다

쪼글쪼글 시골 할매

검게 그을린 까칠한 피부가

한 여름 무더위를 상기시킨다

훈장처럼 등짝에 파스 한장 붙히고

할매는 그 냄새로 위로를 얻는다

마당 긴 빨랫줄 언 동태처럼 걸린

옷가지 하나 둘 걷어 모으니

오늘도 12월의 고단한 해가

힘겹게 산고개를 넘어간다

 

● 유치원 졸업식날 / 김동인

 

훌쩍훌쩍 엄마가 운다

졸업은 아이가 하는데

엄마가 쪼그려 앉아 운다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한

하루하루 서러워 운다

내 자식 언제 저리 컷나

기특해서 운다

조금만 더 잘해 줄 것을

미안해서 더 운다

잘해 준 것만 기억했으면

바램에서 운다

돌봐주신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서 운다

선생님도 운다

우는 선생님 마음

누가 위로할꼬

발표하는 아이들마다

어찌 그리 맑고 이쁜가

유치원 졸업식 날

엄마는 운다

 

/ 이천에서 보내온 詩 봄비 김동인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