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텅빈 벤치, 내 어머니 김동인 (2019.10.27)

푸레택 2019. 10. 27. 19:13

 

 

 

 

 

 

 

 

 

 

 

 

 

 

● 텅빈 벤치 / 김동인

 

붉게 물든 단풍잎 하나

살포시 내려앉은 빈 벤치

누군가 앉아 쓸쓸히 머물다가

가을 그 못다한 사랑 한숨어린

아쉬움만 달래던 자리

가을바람에 외로움 더욱 사무치니

단풍잎도 흐느끼다 떠나간 자리

텅빈 벤치 나의 마음 같아라

고독한 가을 외로운 그대 마음 같아라

그리움 달래가며 가슴 저미던

깊어가는 가을은 텅빈 벤치 같아라

 

● 내 어머니 / 김동인

 

투박한 말투에 꾸밈없는 맨 얼굴

고달픈 농삿일로 거칠어진 두 손과 발

자식들 서운한 마음 이내 고마운 마음

왜 그렇게 살았을까 슬픈 인생이여

언제 신었던가 먼지 쌓인 구두 한 켤레

바닥에 놓인 흙투성이 긁힌 장화

굽은 허리 땀에 젖은 옷가지들은

구석에 널부러져 말라간다

늦은 한끼 배고픔에 지친 아이들

익은 고추밭은 내 어머니 불러대고

일은 끝도 없는 태평양 바다 같구나

논밭 그 먼길 이고 지고 또 걸어가는

농사꾼 아내 인생사 어찌 다 쓸까

내 어머니 삶은 흙에 녹아 있구나

 

/ 2019.10.27(일) 이천에서 보내온 詩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