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푸른 청송, 마음속 항아리, 그런 사람 김동인 (2019.10.21)

푸레택 2019. 10. 21. 13:14

 

 

 

 

 

 

 

 

 

 

● 푸른 청송 / 김동인

 

산꼭대기 소나무 한 그루

땅속 어디에 물줄기 있길래

사시사철 잎이 저리도 푸른가

높은 산 땅속 깊은 물 토해내니

흘러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장엄도 하구나

사람이 오르기도 힘든 저 높은 곳

물은 모였다 흘러 내린다

물줄기 이곳 저곳 적시어 흐르고

나무도 동물도 생명 줄 이어가니

밤새 울던 소쩍새도 그 목을 축였으리라

산꼭대기 푸른 소나무야

찬바람 서럽다 외롭다 말아라

널 위한 물줄기 힘겹게 타고 올라

네게 닿으리니 푸른 청송아

그 푸르름 영원하거라

 

● 마음속 항아리 / 김동인

 

내 마음속 커다란 항아리가 하나 있다

좋은 일 슬픈 일 걱정 근심 추억들까지

다 여기에 담아둔다

묵히고 묵히면 잘 발효된 것들

내가 그 항아리 안에 있다

그 안에서 나의 성품이 나온다

그 안에서 나의 인생이 보인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찿는다

내 마음속 커다란 항아리는

지금도 발효중에 있다

 

● 그런 사람 / 김동인

 

비포장 도로 커다란 트럭 하나

덜컹거리며 지나가니 금새 뿌연

흙먼지 한소끔 피어오른다

곁길에 섰던 아이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고는 바람을 마주하고 걷는다

주변 코스모스는 이미 회색 파스텔로

칠해 놓은 듯 그 모양새가 불쌍하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웅덩이 흐리듯

흙먼지같은 사람은 되지 말자

아이들 인상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은 되지 말자

길가의 꽃 그 향기 널리 퍼지게 해주는

바람 같은 그런 사람이되자

 

/ 2019.10.21(월) 이천에서 보내온 詩 봄비 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