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청송 / 김동인
산꼭대기 소나무 한 그루
땅속 어디에 물줄기 있길래
사시사철 잎이 저리도 푸른가
높은 산 땅속 깊은 물 토해내니
흘러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장엄도 하구나
사람이 오르기도 힘든 저 높은 곳
물은 모였다 흘러 내린다
물줄기 이곳 저곳 적시어 흐르고
나무도 동물도 생명 줄 이어가니
밤새 울던 소쩍새도 그 목을 축였으리라
산꼭대기 푸른 소나무야
찬바람 서럽다 외롭다 말아라
널 위한 물줄기 힘겹게 타고 올라
네게 닿으리니 푸른 청송아
그 푸르름 영원하거라
● 마음속 항아리 / 김동인
내 마음속 커다란 항아리가 하나 있다
좋은 일 슬픈 일 걱정 근심 추억들까지
다 여기에 담아둔다
묵히고 묵히면 잘 발효된 것들
내가 그 항아리 안에 있다
그 안에서 나의 성품이 나온다
그 안에서 나의 인생이 보인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찿는다
내 마음속 커다란 항아리는
지금도 발효중에 있다
● 그런 사람 / 김동인
비포장 도로 커다란 트럭 하나
덜컹거리며 지나가니 금새 뿌연
흙먼지 한소끔 피어오른다
곁길에 섰던 아이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고는 바람을 마주하고 걷는다
주변 코스모스는 이미 회색 파스텔로
칠해 놓은 듯 그 모양새가 불쌍하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웅덩이 흐리듯
흙먼지같은 사람은 되지 말자
아이들 인상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은 되지 말자
길가의 꽃 그 향기 널리 퍼지게 해주는
바람 같은 그런 사람이되자
/ 2019.10.21(월) 이천에서 보내온 詩 봄비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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