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름달 / 김동인
땅거미 지는 밤 둥근 보름달
노란 빛은 자비를 품은 듯 하니
사람들은 너에게 소원을 빈다
공허한 너를 알면서 소원을 빈다
구름이 가리워도 아랑곳 않고
바람이 불어도 너는 여유롭구나
언제나 변치않는 고운 노란 빛
칠흑같이 까만 밤 너는 더욱 빛난다
산골짜기 여든 할머니 소원을 빈다
다섯 살 꼬마 두손 모아 소원을 빈다
딸 시집 보내는 홀어머니 소원을 빈다
달아 달아 노란 빛 품은 보름달아
너의 둥근 품에 소원 가득 담아 다오
그들의 간절한 마음 담아 다오
캄캄한 어둠속 저들 슬프지 않게
밝은 달아 너의 얼굴 비춰 다오
● 씨앗 하나 / 김동인
내 마음에 나쁜 씨앗 뿌려졌어요
나의 생각 나쁜 씨앗 싹 틔웠어요
그 씨앗 자라니 나쁜 행동하네요
어디서 날아왔을까 씨앗은
누가 뿌렸을까 나쁜 씨앗
자란 새싹 뽑아 보아요 쉽지 않지만
힘껏 당겨 보아요 뿌리를 흔들고
아파요 우울해요 혼란스럽죠
하지만 그 새싹 뽑아야 해요
욕심 시기 질투 미움 교만한 마음
이런 잡초 힘들어도 뽑아 보아요
내 마음에 좋은 씨앗 뿌려졌어요
나의 생각 좋은 씨앗 싹틔웠어요
그 씨앗 자라면 좋은 행동하겠지
● 뿌리 없는 꽃 / 김동인
꽃나무 꽃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꺾었다
집에 가져와 꽃병에 꽂아두었다
오래 곁에 두고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무에 피었던 예쁜 꽃은
서서히 보기 싫은 꽃으로 변했다
어릴 적 나는 몰랐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가지는
시들어 버린다는 걸
생명이 없는 죽은 꽃이라는 걸
어린 그때는 몰랐다
뿌리 없는 꽃은 잠깐의
구경거리라는 걸
/ 봄비 김동인 2019.09.21(토) 이천에서 보내온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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