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은 그래서 / 김동인(김정인)
구름의 색깔이 왜 하얀고 하니
담아두지 않고 다 비워서
주머니엔 순수함 그것뿐이어서
구름의 몸이 왜 가벼운고 하니
거추장스런 가식이 없어서
허세와 꾸밈이 없는 몸이라서
구름이 왜 자꾸 가는고 하니
세상엔 어떤 미련도 없어서
아무리 보아도 마음 둘 곳 없어서
■ 가을비 / 김동인(김정인)
푸른 잎 지게 하는 그것이
죄 짓는 것 같아서
쓸쓸하게 고독하게 하련다
고운 잎 지게 하는 그것이
아프게 하는 것 같아서
외롭게 그립게 하련다
여름,
그것을 힘겹게 밀어낸
애잔한 가을 하늘
이별이 못내 아쉬운 듯
잎 사이로 파르르
가려나 가시려나
물드는 잎새를 달래며
가을 하늘이 운다
지켜주지 못한
가녀린 꽃잎 위로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린다
■ 그루터기의 슬픔 / 김동인(김정인)
가장 부러운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잎일 거야
울어대던 매미가 그립고
지저귀던 종달새가 보고 싶을 거야
한순간에 빼앗긴 삶
알 수 없는 덩굴이 덮히고
푸른 이끼가 존재를 흐리게 해도
살아보려 뻗은 가지 하나
얼마나 지나야 나무가 될까
밑동 사이로 검은버섯이
제 집인 듯 자라난다
잘릴 때의 아픔보다 앞으로의 날들이
더 아프다는 것을
동그란 나이테만이
내가 나무였소라고 외친다
/ 2021.09.16 이천에서 보내온 봄비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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