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동 / 김동인 (김정인)
헝크러진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들
이리저리 나뒹굴다
갈 곳을 잃고
곧 허물어질 성처럼
산은 쓸쓸하고 무기력하다
이젠 겨울이구나
체념은 잎을 모두 버리라 하고
앙상한 나뭇가지
마른잎 하나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고독의 숨소리
그 거친 가지 위에
하얀 눈 살포시 올려 놓으리
나뭇잎의 사라짐이
기억나지 않도록
온 세상 흰 눈으로 덮고
겨울은 아름답다 말하리
가장 고귀하다 말하리
겨울,
너를 사랑하라 말하리
?? 해바라기 / 김동인 (김정인)
군사를 거느린 장수인가
늠름히 고개를 들고 섰다
겸허하고 당당한 낮 빛
여일하게 충성을 다 하듯
그 얼굴은 태양을 향하고
어둠 속 침묵의 소용돌이
장수같으나 꽃이기에
슬픈 그의 충성은
늦가을 비로소
무거운 고개를 떨군다
?? 들꽃 / 김동인 (김정인)
가꾸지 않았어도
다듬지 않았어도
진한 향기와
햇살의 고운 빛깔이
아름다와라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스치는 소나기를 감사히 맞고
꿀벌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꽃향기 들판에 퍼져
온 숲에 날리우네
저 들꽃처럼 살고 싶어라
푸른 꿈 순수함으로
자연을 벗 삼고 하늘을 벗 삼은
저 들판에 꽃이 되어
바람에 한들거리고 싶어라
?? 회전목마 / 김동인 (김정인)
인생은 돌고 돌아 여기
같은 곳 같은 공간
하루 세끼 배가 고파오는 삶
이른 새벽 떠오른 태양이
내 머리 위를 비춘다
오늘도 동그란 지구는 돌고
사람들은 그 위에서
다람쥐 쳇바퀴를 돌린다
오늘도 내일도
결국 우린 여기
회전목마를 탔을 뿐이다
ㅡ 이천에서 보내온 봄비의 詩
/ 2021.11.1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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