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시인] '심심한 하루', '산에 오르니', '가을이 오네요' 김동인 (2021.08.18)

푸레택 2021. 8. 18. 22:18

?? 심심한 하루 / 김동인 (김정인)

아빠는 논에서 풀 뽑으시고
엄마는 밭에서 고추 따시고
나는 소나무 그늘 아래
푸대자루 하나 깔고 앉았다
매미가 시끄럽게 맴맴 운다
지나가는 작은 개미
한참을 보다가 아이 심심해
고춧잎 작은 풀벌레
한참을 보다가 아이 심심해
어디서 날아왔나 파리 한마리
팔을 이리저리 아이 귀찮아
벌떡 일어나 참외밭으로 간다
뜨거운 햇살에 참외가 따듯해
붉은 토마토가 따듯해
톡 따서 한입 베어 물으니
에이 맛없어!
옥수수 밭으로 간다
긴 수염 쓰다듬다가
내 머리카락보다 짧네
아빠는 아직도 논에 계시고
엄마는 아직도 고추 따시고
난 아직도 너무 심심하다
앉았던 푸대자루에 돌아와
하늘 보고 눕는다
매미야 너도 심심하니...
구름아 너도 심심하지...

?? 산에 오르니 / 김동인 (김정인)

높은 산에 오르니
나의 거친 숨 소리가 들린다
발자국 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한알한알 모래 밟히는 소리
고요히 지나가는 솔바람 소리
읇조리듯 노래하는 새 소리들
맑은 호수가 하늘에 흐른다
저 아래 어지러운 세상이 보인다
개미만한 차들이 바삐 지나가고
아파트는 뽀족한 돌멩이가 되었다
사람은 안개처럼 흩 뿌연 먼지
자연에게 빌려 쓰고 얻어 먹고
근근이 살아가는 작은 먼지들
자연을 훼손하는 파괴자들
지구의 오염원 먼지들이여
산은 그만 내려가라 한다
목탁 소리도 기도 소리도 싫으니
내려가 먼지나 되라 한다
빌려준 돌멩이 집으로 가라 한다
크게 내쉬던 거친 숨소리가
자박자박 네 등을 밟고 오른 그것이
이리도 미안한 마음이여
이리도 부끄러운 마음이여

?? 가을이 오네요 / 김동인 (김정인)

대청마루 창 너머로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앞마당 단풍나무 곱게 물들이려
외로운 손님 가을이 오네요

담쟁이넝쿨에 숨어
고개 내민 쑥부쟁이 꽃이
한여름 무더위 힘겨웠구나
반가운 손님 가을이 오네요

감나무 감 고운 빛깔
파란 호수에 담아 놓고
팔월 보름 손주 오면 따시려나
풍성한 손님 가을이 오네요

고개 숙인 코스모스
우체부 아저씨 지나갈 때
손편지 하나 주소 온몸 흔드는
그리운 손님 가을이 오네요

ㅡ 이천에서 보내온 봄비 김동인의 詩

/ 2021.08.18(수) 편집 택


https://youtu.be/pZuW2CV0mXY

https://youtu.be/WJCk35xzHFM

https://youtu.be/AJsUIWiC4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