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명시감상] 치자꽃 향기를 아시나요 서지월, 치자꽃 설화 박규리, '치자꽃 설화'에 부쳐 김영숙 (2019.06.29)

● 치자꽃 향기를 아시나요 / 서지월 치자꽃 향기가 꽃중의 으뜸이라는 것 전세계 인류 중에 아는 이 몇이나 될까 사람을 잘 만나야 복이 있다 했거늘 10년도 훨씬 전의 오랜 날 같은 지난 날 어느 날 중년의 한 여인이 이끄는 대로 대구공항 지나 불로동 꽃집에 들렀습지요 나를 기다렸다..

[명시감상] 어떤 결심, 여름이 오면,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2019.06.28)

● 어떤 결심 /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

[명시감상] 완화삼(玩花衫) 조지훈, 나그네 박목월, 청산도(靑山道) 박두진 (2019.05.25)

● 완화삼(玩花衫) 목월(木月)에게 /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

[명시감상] 광야(曠野) 이육사(李陸史), 바위 유치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김상용 (2019.05.25)

● 광야(曠野) / 이육사(李陸史)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

[명시감상] 청포도 이육사, 깃발 유치환, 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 (2019.05.25)

● 청포도 / 이육사(李陸史)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아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

[명시감상] 승무(僧舞) 조지훈, 나그네 박목월, 도봉(道峰) 박두진 (2019.05.25)

● 승무(僧舞) / 조 지 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

[명시감상] 화본역(花本驛) 박해수, 참숯 정양, 살구꽃 피는 마을 이호우 (2019.05.24)

● 화본역(花本驛) / 박해수 꽃 진 물자리, 젖꼭지 달렸네 자다 잠 깬, 꽃물 든 목숨이네 앉은 자리 꽃 진 자리 꽃자리 선 자리 꽃자리 꽃 뿌리 눈물 뿌리 방울새 어디 가서 우나 배꽃, 메밀꽃, 메꽃 배꼽 눈 보이네, 배꼽도 있네 녹물 든 급수탑 억새풀 고개 숙인 목덜미 눈물 포갠 기다림, ..

[명시감상] 종로 5가 신동엽,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두만강 김규동, 4월의 가로수 김광규 (2019.05.23)

● 종로 5가 / 신동엽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東大門)을 물었다. 밤 열한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群像)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少年)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

[명시감상] 이 사진 앞에서 이승하, 산에 언덕에 신동엽,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2019.05.23)

● 이 사진 앞에서 / 이승하 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호의호식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들을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

[명시감상] 성에꽃 최두석, 우리 동네 구자명씨 고정희, 늙은 소나무 김광규, 별을 굽다 김혜순 (2019.05.23)

● 성에꽃 / 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깁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