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완화삼(玩花衫) 조지훈, 나그네 박목월, 청산도(靑山道) 박두진 (2019.05.25)

푸레택 2019. 5. 25. 20:24

 

 

 

 

 

 

 

 

 

 

 

 

 

● 완화삼(玩花衫) 목월(木月)에게 /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나그네 / 박목월

-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 - 지훈(芝薰)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윤사월(閏四月) / 박목월(朴木月)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