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광야(曠野) 이육사(李陸史), 바위 유치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김상용 (2019.05.25)

푸레택 2019. 5. 25. 20:14

 

 

 

 

 

 

 

● 광야(曠野) / 이육사(李陸史)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