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승무(僧舞) 조지훈, 나그네 박목월, 도봉(道峰) 박두진 (2019.05.25)

푸레택 2019. 5. 25. 19:59

 

 

 

 

 

 

 

 

 

 

 

 

 

● 승무(僧舞) / 조 지 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 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ㅡ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나그네 / 박목월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도봉(道峰) / 박두진

 

산(山)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듯

홀로 앉은

가을 산(山)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山) 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생(生)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