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명시감상] 산꽃 이야기 김재진,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이세룡, 맑은 웃음 공광규, 비비추에 관한 연상 문무학 (2019.07.10)

● 산꽃 이야기 / 김재진 식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가령 산딸기가 하는 말이나 노각나무가 꽃 피우며 속삭이는 하얀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톱 한 자루 손에 들고 숲길 가는 동안 떨고 있는 나무들 마음 헤아릴 수 있다면 꿈틀거리며 흙 속을 사는 지렁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

[명작수필]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 김용택 (2019.07.10)

■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 / 김용택(섬진강 시인)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파란 날, 그 티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작고 동그란 운동장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 대고 앉아 놀고 있다. 운동장 가에 있는 벚나무에 단풍이 곱게 물들고, 바람은 산들거린다. 벚나무 사이에 있는 키가 큰 미루나무 잎이 다 져서 까치집이 덩그렇게 높이 드러났다. 까치가 창우와 다희 가까이서 통통 뛰어놀더니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 다람쥐들이 재빠르게 아이들 옆을 지나간다. 창우와 다희는 다람쥐를 못 본 모양이다 운동장이 끝나는 곳에 펼쳐진, 강물의 색깔은 볼 때마다 다르다. 지금은 녹색 비단을 잘 다려 펼쳐 놓은 것 같다. 바람이 이는지 물빛이 찬란하게 반짝인다. 저렇게 작은 물빛들이 모여서 저렇게 크고 아..

[명시감상] 유색인(有色人, Coloured) 영국 학생 작품 (2019.07.09)

● 유색인(有色人, Coloured) 영국 버밍햄(Birmingham, England)에 있는 한 학교 (King Edward VI School)의 학생이 썼다는 시(詩). 제목 "유색인"(有色人, Coloured) 1989년에 발간된 책에 수록되어 있다. ☆ Coloured 유색인 When I was born, I was black. 저는 태어났을 때 피부가 검은색이었죠. When I grew up, I was black. 자..

[명시감상]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최광림, 단순하게 사세요 웨인 다이어, 들풀 이영춘, 우주 안도현 (2019.07.05)

●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 최광림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지치거든 창 밖을 내다 볼일이다 흘러가는 구름이나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눈길도 주어보고 지극히 낮은 보폭으로 바람이 전하는 말을 다소곳이 되뇌어도 볼일이다 우주가 넓다고는 하지만 손 하나로도 가릴 수 있어 그 손..

[명시감상] 그늘 학습 함민복, 가벼워지기 이무원, 담쟁이덩굴 공재동, 생각의 나무 박영신, 그냥 둔다 이성선 (2019.07.05)

● 그늘 학습 / 함민복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 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 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이리 부딪히니 나무 그늘에 좀 더 앉아 있어야겠다 ● 가벼워지기 / 이무원 채우려 하지 말기 있는 것 중 덜어내기 다 비운다는 것은 거짓말 애써 덜어내 가벼워..

[명시감상] 산 김용택, 아이에게 배창화,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박용재, 아름다운 세상 이동순 (2019.07.05)

● 산 /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

[명시감상] 그랬다지요 김용택, 나의 치유는 너다 김재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오인태, 한평생 반칠환 (2019.07.03)

●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김재진 / '나의 치유는 너다' 중에서 ‘꽃은 피어..

[명시감상] 엄마 걱정 기형도, 혼자 이생진, 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이기철,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 (2019.07.03)

●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

[명시감상] 밭한뙈기 권정생,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김씨 정희성, 처음처럼 신영복 (2019.07.03)

● 밭한뙈기 /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

[명시감상] 7월 안재동, 7월 반기룡, 7월 이오덕, 7월 홍윤숙, 개망초 박준영, 개망초 꽃 안도현 (2019.06.29)

● 7월 / 안재동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