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 성민희 시인의 시집 '미리내 속에 웅크리고 앉아 생각해 본다' (2019.08.26)
■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 겨울 보리, 그 건강한 생명력 / 성민희 (시인) 사랑하는 아이야 나를 꼭꼭 밟아다오 싫고 귀찮아도 모른 척 지나가지 말고 제발 나를 밟아다오 밟으면 밟을수록 더 힘차게 일어나는 싹 아프면 아플수록 더욱 푸르게 꿈틀거리는 생명 사랑하는 아이야 춥다고 웅크리고 있지 말고 밖으로 뛰어나와 내 몸을 꼭꼭 밟아다오 어서 나를 밟아다오 - 졸시,「 겨울보리」전문 어느 겨울에 남도에 간 적이 있다. 서울에서 나서 한 번도 서울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남쪽지방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겨울이 되면 서울에서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볼 수 있었고 겨울은 정말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계절이었는데, 남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밭에는 시금치, 홍당무가 파릇파릇 심겨져 있었고, 여기저기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