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동사니 / 김승기
구십 평생을 모질게 살으시고도
아무 보람도 찾지 못하셨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시던 어머니
그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방동사니의 뿌리가 왜 그리도 질긴지를
뽑힐수록 질겨지는 방동사니의 억척스러움을
갈수록 무성해지는 방동사니의 끝없는 생명력을
꽤나 크게 피워 올려도 꽃이라 인정받지 못하는
방동사니의 허탈함을
졸병시절
연병장 둘레에 한도 끝도 없이 돋아나는 방동사니의
뽑아도 뽑아도 뽑히지 않고 그 질긴 줄기만 끊어지던
방동사니의 슬픔을 알지 못했습니다
햇빛 뜨거운 것은 알면서, 나 허리 아픈 것은 알면서
그토록 원망스럽던 방동사니의 원망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꽃을 꽃이라 인정받지 못하는
방동사니의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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