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2019.04.03)

푸레택 2019. 4. 3. 05:23

 

 

 

 

 

 

 

 

 

 

 

 

 

 

 

 

 

 

 

 

 

 

 

 

 

 

 

 

 

 

 

 

 

 

 

 

 

 

 

 

[2019] 나의 카톡 메시지 배경사진 모음

 

 

 

●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金顯承)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달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를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시집 절대고독 1970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李相和)

 

 

 

지금은 남의땅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는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 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혼자 어께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찿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서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몸 신명이 잡혔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 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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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중국어> '따뜻한 말 한마디'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