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풀 김수영, 눈물 김현승, 달팽이 권갑하,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2019.04.03)

푸레택 2019. 4. 3. 05:26

 

 

 

 

 

 

 

 

 

 

 

 

 

 

 

 

 

 

 

[2019] 나의 카톡 메시지 배경사진 모음

 

●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더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져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이 시는 김현승 시인이 아들을 잃은

슬픔을 기독교의 신앙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시인은 어느 순간 눈물이야말로 인간적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 담쟁이 / 권갑하

 

삶은

가파른 벽을

온 몸으로 오르는 것

 

무성한

잎을 드리워

속내를 숨기는 것

 

비워도

돋은 슬픔은

벽화로 그려낼 뿐

 

●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대마중국어> '따뜻한 말 한마디'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