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행복 나태주, 안부 김시천,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2019.04.12)

푸레택 2019. 4. 12. 18:22

 

 

 

●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면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건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