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푸레나무의 사랑 / 나병춘
물푸레나무를 아는데 40년이 걸렸다
물푸레나무는 길가에 자라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얼마나 바랬을까
중학교 생물 선생님은 허구헌 날
지각을 일삼는다고 회초리를 후려쳤는데
그것이 물푸레나무라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늦가을 도리깨질할 때마다
콩, 녹두, 참깨를 털어내면서도
그게 물푸레나무라 얘기해주지 않았다
아버지 선생님 탓은 안할란다
이 땅에 살면서 이 하늘 아래 꽃을 피우는
나무와 들꽃을 사랑한다면서도
물푸레나무를 아는데 이렇게 오래토록 지각하였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
이 땅의 시어머니는 며느릴 호되게 다그치면서도
그 풀꽃이름들 하나하나 이쁘게 부르면서
넌 잡초야, 구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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