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소설읽기] 「까치소리」 김동리 (2020.02.05)

● 까치 소리 / 김동리 단골 서점에서 신간을 뒤적이다 「나의 생명을 물려 다오」하는 얄팍한 책자에 눈길이 멎었다. '살인자의 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생명을 물려준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나는 무심코 그 책자를 집어 들어 첫 장을 펼쳐 보았다. '책머리에'라는 서문에 해당하..

[소설읽기] 「가자, 우리의 둥지로」 윤정모 (2020.01.31)

● 가자, 우리의 둥지로 / 윤정모 녀석은 탁자에 이마를 박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잔과 술병을 놓고 소리가 나게 위스키를 따랐다. 그래도 녀석은 얼굴을 들지 않았다. 술 한잔이면 정신이 나겠다더니 어째 기척이 없을까. 머리가 벗겨져 민 듯한 속살이 보이는 녀석의 정수리엔 ..

[소설읽기] 「학자의 황혼」 최창학 (2020.01.29)

● 학자의 황혼 / 최창학 아마 세상이 점차 콘크리트화해 가고, 거기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 또한 메마를 대로 메말라 간다고 생각되어서였을 것이다. 한때 신문이며 잡지며 방송에서 서로 다투듯이 전원(田園) 캠페인을 벌인 일이 있었다. 전원이라는 낱말이 들어가는 갖가지 제목으로 시..

[소설읽기] 「심야의 정담」 신상웅 (2020.01.28)

● 심야의 정담(鼎談) / 신상웅 서장(序章) 국립묘지, 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묘역(墓域)에 묻힌 영혼의 숫자는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이 땅이 한 민족의 영욕(榮辱)을 침묵 속에 말하고 있는 자리일까. 아니 그보다도 저들은 분명코 할당받은 스스로의 유택(幽宅)에 누워 평안히 잠들고 ..

[소설읽기] 「무사와 악사」 홍성원 (2020.01.14)

● 무사와 악사 / 홍성원 김기범(金基範)이 죽었다. 58세. 사망 시간은 4일 오후 8시로 되어 있고, 사인(死因)은 교통사고에 의한 뇌진탕으로 되어 있다. 시체는 사고 조사차 현재 S병원의 시체 안치실에 보관되어 있다. 사망 소식을 알려 온 사람은 대동피혁(大同皮革)의 젊은 사장인, 박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