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수필] 「고향」 김형규, 고향의 노래, 산골짝의 등불, 향수, 가고파, 고향의 푸른 잔디 (2020.04.02)
● 고향 / 김형규 고향은 생각해 무엇하리 일가 흩어지고 무너진 옛 집터에 낙엽지는 저녁 까막까막 울고 가는 고향은 생각해 무엇하리 어슴푸레하게 기억을 더듬어 적어 본 이 시구(詩句)가 20여 년 전 어느 사범 학교서 학생들에게 적어 준 시의 한 구절이다. 이것은 아마도 시인 김동환(파인巴人)의 시가 아니던가 생각된다. 그래서 그의 시집(詩集)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여기 기억을 더듬어 적어 본 것이다. 시집도 없어지고, 작자의 행방도 묘연한 시의 한 구절을, 흩어진 기억을 더듬어 적어 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제(日帝)의 발악이 극도에 달하여 압박은 날로 심해지고, 내가 맡은 조선어 시간도 깎고 줄어들어 이제는 그 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이 깜박거리고 있을 때, 학교에 가는 것이 마치 전쟁터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