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명시감상] 사월 정세훈, 4월은 눈물 김은숙, 늬들 마음 우리가 안다 조지훈 (2020.04.11)

● 사월 / 정세훈 개나리가 노오랗게 번져옵니다 벽돌담 철망을 따라 성큼성큼 번져옵니다 분진이 소리없이 내려앉는 공장 폐수처리장 옆으로부터 새봄이 왔다고 번져옵니다 병아리 같은 개나리가 가난한 노동자의 직업병처럼 벽돌담을 빙 돌아 번져옵니다 사월 황사바람보다도 더 심..

[명시감상] 낙화 정호승, 그 오월에 곽재구,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2020.04.11)

● 낙화 / 정호승 섬진강에 꽃 떨어진다 일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결코 향기는 팔지 않는 매화꽃 떨어진다 지리산 어느 절에 계신 큰스님을 다비하는 불꽃인가 불꽃의 맑은 아름다움인가 섬진강에 가서 지는 매화꽃을 보지 않고 섣불리 인생을 사랑했다고 하지 말라 ● 그 5월에 / 곽재구 ..

[명시감상] 오월이 돌아오면 신석정,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란, 오월의 편지 도종환 (2020.04.11)

● 오월이 돌아오면 / 신석정 5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내음새가 난다 그래도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울법도 하고나 5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5월이..

[명시감상] 낙화 이영도, 낙화 조지훈, 낙화 이형기, 목련꽃 낙화 나태주 (2020.04.11)

● 낙화(落花) — 눈 내리는 군 묘지에서 / 이영도 뜨겁게 목숨을 사르고 사모침은 돌로 섰네. 겨레와 더불어 푸르를 이 증언의 언덕 위에 감감히 하늘을 덮어 쌓이는 꽃잎, 꽃잎 ● 낙화(落花)/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

[명시감상] 오월이 오면 신석정, 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감나무 있는 동네 이오덕 (2020.04.10)

● 오월이 돌아오면 / 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래도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울 법도 하고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

[명시감상] 들풀 이영춘, 들꽃의 노래 정연복, 작은 들꽃 조병화 (2020.04.09)

● 들풀 / 이영춘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바람 센 언덕을 가 보아라 들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슴 떨고 있는 언덕을 굳이 거실이라든가 식탁이라는 문명어가 없어도 이슬처럼 해맑게 살아가는 늪지의 뿌리들 때로는 비 오는 날 헐벗은 언덕에 알몸으로 누워도 천지에 오히려 부끄럼 없..

[소설읽기] 「소년병과 들국화」 남미영 (2020.04.08)

● 소년병과 들국화 / 남미영 (동화작가) 밀고 밀리던 전쟁이 잠깐 멈춘 고요한 아침. 언덕 위에 서 있는 늙은 느티나무를 향해 한 병사가 열심히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병사는 한 손에 총을 불끈 움켜쥐고 몸을 납작 엎드린 채 배와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다. 고개를 들면 어딘가에 ..

[명시감상] 명자꽃 만나면 목필균, 고모 생각 권기택, 책 김현승 (2020.04.07)

● 명자꽃 만나면 / 목필균 쑥쑥 새순 돋는 봄날 명자야 명자야 부르면 시골티 물씬 나는 명자가 달려 나올 것 같다 꽃샘바람 스러진 날 달려가다가 넘어진 무릎 갈려진 살갗에 맺혀진 핏방울처럼 마른 가지 붉은 명자꽃 촘촘하게 맺힌 날 사랑도 명자꽃 같은 것이리라 흔해 빠진 이름으..

[명작수필] '무소유' 법정스님 (2020.04.07)

● 무소유(無所有) / 법정스님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 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어록》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 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