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화(落花) — 눈 내리는 군 묘지에서 / 이영도
뜨겁게 목숨을 사르고
사모침은 돌로 섰네.
겨레와 더불어 푸르를
이 증언의 언덕 위에
감감히
하늘을 덮어
쌓이는 꽃잎,
꽃잎
● 낙화(落花)/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애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목련꽃 낙화 / 나태주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였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 앉겠지
/ 2020.04.11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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