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노트]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자 103

[우리말 산책] '풍지박살'은 바람이 깨진다는 뜻 (2021.10.29)

[우리말 산책] '풍지박살'은 바람이 깨진다는 뜻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뜻으로 '풍지박살'이나 '풍지박산'이 널리 쓰이고 있어. "사업 실패로 집안이 풍지박살이 났다"라거나 "풍지박산 났던 가족들이 다시 만났다"라고 말이야. 하지만 한자를 조금만 알아도 '풍지박살'이나 '풍지박산'이 아주 이상하게 여겨질 거야. 도저히 한자 성어가 될 수 없기 때문이지. '풍지박살'부터 살펴보자고. '풍지'는 '風之'쯤 되겠지? 그런데 "깨어져 산산이 부서짐"을 뜻하는 '박살'은 순 우리말이야. 그러면 '風之박살'이 되는데, 말꼴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풍지박산'도 마찬가지야. '박산' 역시 '박살'과 똑같은 의미의 순 우리말이거든. 또 깨어지거나 부서진다는 한자로 '박살'과 '박산'을 만들더라도, '風之'에 갖다 붙..

[우리말 산책] 초생달은 뜨지 않는다 (2021.10.29)

[우리말 산책] 초생달은 뜨지 않는다 "초생달같이 생긴 눈썹이 아름답다"거나 "어두운 밤길에 초생달만 을씨년스럽게 떠 있다" 따위의 말을 자주 쓰지? 하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초생달은 뜨지 않아. 하늘이 세 쪽 나도, 아니 열 쪽이 나도 초생달은 절대 뜨지 않아. 왜 그런지는 감이 좀 잡히지? 그래, 맞아. 우리말에는 '초생달'이란 낱말이 없어. '초생달'은 '初生'(초생 : 갓 생겨남)에 '달'이 더해진 꼴로, 못 쓸 까닭이 없을 듯한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우리말 중에는 한자에서 왔지만 완전히 순우리말처럼 변한 것이 더러 있다는 점이야. 한자말 '生'도 그래. '生'이 '승'으로 소리가 변하는 거지. '이 生'이 변한 말 '이승'이 그러하고, '저 生'이 변한 말 '저승'도 그러한 예야. 그러나 우..

[우리말 산책] 알 듯 모르는 콩꼬투리, 콩깍지, 콩꺼풀 (2021.10.29)

[우리말 산책] 알 듯 모르는 콩꼬투리, 콩깍지, 콩꺼풀 ‘배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의심받을 행동을 피하라는 소리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 말은 원래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엮은 시문집 에서 나온 말인데, 여기에서는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즉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원을 살피면, 갓을 고쳐 매지 말아야 할 곳은 ‘배나무 밑’이 아니라 ‘오얏나무 밑’, 즉 ‘자두나무 밑’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속담 등에서 중요한 것은 글자의 의미가 아니라 글 속에 담긴 뜻이다. 자두나 배 모두 훔쳐서라도 먹고 싶은 맛난 과일이므로, “오해를 받을지 모르는 일은 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두’와 ‘배’ 아무것이나 써도 상관없다. 우..

[우리말 산책] 가슴 아픈 이름 ‘백마고지’ (2021.10.29)

[우리말 산책] 가슴 아픈 이름 ‘백마고지’ 6·25전쟁 때 지금의 강원도 철원에서 무서운 전투가 벌어졌다. 해발 395m밖에 안 되는 고지 하나를 두고 국군과 중공군은 12차례나 뺏고 빼앗기는 전투를 벌였다. 이 전투에서 사용된 포탄 수만 27만발이 넘고, 고지 곳곳에 시신이 산처럼 쌓였다. 마침 헬리콥터를 타고 가던 한 병사가 이를 보고 “파랐던 산이 하얗게 변했다. 마치 백마가 누운 것 같다”고 소리쳤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백마고지’다. 가슴 아픈 이름이다. 아픈 이름으로는 ‘단장의 능선’도 뒤지지 않는다. 유명 게임에도 등장하는 ‘단장의 능선’은 당시 강원 양구군과 인제군의 중간 지점에 있던 일련의 고지 이름이다.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을 두고 일진일퇴의 전투가 벌어졌다. 결국 유엔군이 적의 최..

[우리말 산책] 석보상절에도 나오는 ‘낙타’의 순우리말은? (2021.10.28)

[우리말 산책] 석보상절에도 나오는 ‘낙타’의 순우리말은? 기독교의 기독(基督)은 ‘그리스도’를 한자로 음역한 말이다. 12월25일 성탄절의 공식 명칭도 ‘기독탄신일’이다. 딱딱한 느낌의 ‘석가탄신일’의 공식 명칭이 ‘부처님오신날’로 바뀌었지만, 기독탄신일은 옛 이름 그대로다. 기독교 하면 이 먼저 떠오르고, 하면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말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이 표현에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문장만 놓고 보면 부자는 절대로 천국에 못 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종교를 떠나 세상살이의 많은 지혜들을 담은 에 이런 극단적 표현이 적혀 있는 데 대해 ‘번역의 오류가 빚어낸 잘못된 문장’이라는 설이 있다. 원래 엔 ‘낙타’가 아니라 ‘밧줄’로 적혀 있었다..

[우리말 산책] 휴전선은 ‘155마일’이 아니다 (2021.10.28)

[우리말 산책] 휴전선은 ‘155마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된 것은 1899년 9월18일이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9월18일을 ‘철도의날’로 삼았다. 하지만 경인선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탈하기 위해 놓은 철도다. 이로 인해 “9월18일을 철도의날로 삼은 것은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이 있어 왔고, 2018년 마침내 6월28일로 변경됐다. 1894년 6월28일 당시 군국기무처에서 의정부 이하 각 아문의 관제를 개정하고 이를 고종에게 보고해 윤허받은 것에서 그 날을 따왔다.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1894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양력이 아닌 음력을 사용했고, 당시 6월28일도 당연히 음력이다. 그때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7월30일이다..

[우리말 산책] ‘따라지’는 있어도 ‘싸가지’는 없다 (2021.10.28)

[우리말 산책] ‘따라지’는 있어도 ‘싸가지’는 없다 존 F 케네디는 “인류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끝낼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전쟁은 인류 최악의 범죄행위다. 수백 수천년을 쌓아온 문화와 문명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한다. 그처럼 참혹한 전쟁을 우리는 참 많이 겪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말 중에는 전쟁의 아픔이 배어 있는 말이 적지 않다. ‘골로 가다’도 그중 하나다. ‘골로 가다’는 ‘고택골로 간다’의 준말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고택(高宅)골’은 현재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해당하는 마을의 옛 이름으로, 예전에 이곳에 화장장과 공동묘지가 많아 ‘죽다’의 속된 말로 ‘골로 가다’가 쓰이기 시작했다는 유래설이다. 하지만 ‘골로 가다’는 6·25전쟁 이후 더욱 널리 쓰이..

[우리말 산책] 하늘은 꾸물거리지 않는다 (2021.10.28)

[우리말 산책] 하늘은 꾸물거리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때때로 소나기가 퍼붓지만 올 장마는 이제 끝나가는 듯하다. 기상청은 19일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올 장마철이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마란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를 가리킨다. 하지만 장맛비가 여름에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오는 비”는 ‘봄장마’이고, 그런 비가 가을에 내리면 ‘가을장마’다. 또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고 하는 장마”는 ‘건들장마’다. 이 중 봄장마를 제주도에서는 고사리가 나올 때쯤 내린다 하여 ‘고사리장마’라 부른다. ‘고사리장마’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

[우리말 산책] 축음기에 빼앗긴 수명 10년 ‘십년감수’ (2021.10.28)

[우리말 산책] 축음기에 빼앗긴 수명 10년 ‘십년감수’ 뭔가에 깜짝 놀랐을 때 “어이쿠, 십년감수했다” 따위의 말을 한다. 십년감수(十年減壽), 말 그대로 ‘목숨이 10년은 줄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지만, 이 말이 생겨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120여년 전인 1897년이다. 그해 미국 공사이자 의사인 앨런이 우리나라에 축음기를 들여와 어전에 설치하고는 당시 명창이던 박춘재를 불러 고종과 대신들 앞에서 판소리를 부르게 하고, 이를 축음기에 담는다. 박춘재가 기다란 나팔에 입을 대고 판소리를 구성지게 뽑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팔통에서 박춘재의 판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오자 모두들 화들짝 놀란다. 그때 고종도 깜짝 놀라며 한마디 한다. “춘재야, 네 기운을 기계에 빼앗겼으니 네 수명이..

[우리말 산책] 받침이 다른 ‘숟가락’과 ‘젓가락’ (2021.10.26)

[우리말 산책] 받침이 다른 ‘숟가락’과 ‘젓가락’ 숟가락과 젓가락은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숟가락을 놓다”라는 말이 쓰일 정도다. 그런데 ‘숟가락’과 ‘젓가락’의 표기가 참 묘하다. 같이 일컫는 말로는 ‘수저’라고 하는데, 따로 부르는 말은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받침이 달라진다. 영화 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국문과 학생인 남자 주인공에게 “나,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젓가락은 ‘시옷(ㅅ)’ 받침이잖아. 그런데 숟가락은 왜 ‘디귿(ㄷ)’ 받침이야?”라고 궁금해하는 대목이 나온다. 정말 왜 그런 걸까. 숟가락은 퍼 먹기 좋으라고 ‘ㄷ’ 받침을 쓰고, 젓가락은 집기 편하라고 ‘ㅅ’ 받침을 쓰는 걸까? 아니다. ‘수저’는 한 말이지만, ‘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