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노트]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자 103

[우리말 산책] 수박과 참외는 과일이 아니다 (2021.10.26)

[우리말 산책] 수박과 참외는 과일이 아니다 이육사가 손님에게 청포도를 대접하고 싶다고 한 7월도 이제 끝자락이다. 하지만 이 무렵에 제철 과일로 청포도를 맛볼 수는 없다. 청포도의 수확철은 8~9월이기 때문이다. 시 ‘청포도’가 발표된 때는 1939년으로, 당시 민간에서는 대부분 음력을 사용했다. 음력 7월은 양력으로 8월 초중순께 시작된다. 이육사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실제로 우리는 8월15일 광복을 맞았고, 이 무렵이면 청포도를 손님상에 올릴 수 있다. 이즈음이면 청포도 말고 수박과 참외가 흔하다. 수박과 참외는 모양이나 맛이 아주 다르지만, 사람으로 치면 둘은 같은 족속이다. 수박은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이고, 참외 역시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 재배 식물’이다. 참외는 한자로 ‘달..

[우리말 산책] 전쟁이 만든 말 ‘천고마비(天高馬肥)’ (2021.10.26)

[우리말 산책] 전쟁이 만든 말 ‘천고마비(天高馬肥)’ 한낮의 열기도 많이 수그러졌다. 이제 가을이다. 이 무렵이면 흔히 쓰는 말이 있다. ‘천고마비(天高馬肥)’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한가하고 풍요로운 가을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말의 원뜻은 섬뜩하다. 에 나오는 이 말은 ‘북방의 흉노족이 키운 말들이 잔뜩 살쪘으니, 이제 곧 그들이 쳐들어와 식량과 가축을 노략질해 갈 것’이라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시성(詩聖) 두보의 종조부인 두심언이 북쪽 변방을 지키러 나간 친구 소미도에게 보낸 편지에도 ‘추심새마비(秋深塞馬肥)’라는 구절이 있다. “가을이 깊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라는 뜻으로, 이 또한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즉 ‘천고마비’는 ‘하늘이 맑고 ..

[우리말 산책] 누가 ‘도루묵’의 이름을 지었나 (2021.10.26)

[우리말 산책] 누가 ‘도루묵’의 이름을 지었나 ‘가을 전어’가 유명하지만,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도루묵도 빼놓을 수 없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월부터 도루묵은 제철을 맞는다. 알배기가 먼저 떠오르는 도루묵의 산란기는 11~12월이지만, 이때의 도루묵알은 좀 질긴 식감을 준다. 그에 비해 시월 도루묵의 알은 한결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도루묵’은 이름과 관련해 재미난 유래담이 많은 생선이다. 그중 하나가 조선 제14대 왕 선조와의 인연이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몽진(蒙塵)을 가다 ‘묵’이라는 생선을 먹게 됐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한동안 배고팠다가 먹었으니 당연히 맛있었을 터. 이에 선조가 “이 맛있는 물고기에게 ‘묵’이란 촌스러운 이름은 격에 맞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서 ‘은어’라..

[우리말 산책]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다 (2021.10.26)

[우리말 산책]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표기법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물론 1960년대 표기도 지금과 사뭇 달랐다.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 즉 어원(語源)은 지금의 표기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기 마련이다. ‘새(鳥)’의 어원도 그렇다. 새의 여러 어원 가운데 재미있는 것 하나가 ‘뜨다’에서 왔다는 얘기다. 새의 특징은 뜨고 나는 것이다. 그렇게 뜨고 나는 의미를 가진 ‘뜰’이 ‘새’로 변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따뜻하다’와 ‘따스하다’나 ‘때깔’과 ‘색깔’ 같은 말을 보면 쌍디귿(ㄸ)이 시옷(ㅅ)으로 변하지 못할 까닭도 없어 보인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섬(島)의 어원도 ‘뜸’이라고 말한다. ‘..

[우리말] '과메기' 구룡포의 청어가 원조… 겨울의 맛 (2021.10.26)

[우리말] 과메기, 구룡포의 청어가 '원조'… 겨울의 맛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71. 과메기 貫目魚 청어靑魚를 말린 것을 처음에 과메기라고 했다. 청어를 잡은 뒤 눈이 나란히 놓이도록 꿰어 말린다는 뜻으로 꿸 관貫, 눈 목目, 고기 어魚자를 써서 ‘관목어’라고 했던 것인데 뒤에 이 말이 변하여 ‘과메기’라 부르게 된 것이다. 경상북도 해안지방, 특히 영일만이 있는 구룡포 지역에서 많이 나는 이 ‘과메기’는 한겨울인 12월말에 잡히는 청어를 꿰어 해동기인 2월 말까지 해변가 덕장에서 해풍으로 말린 것이다. 그런데 이 청어는 늦게 생산되기도 할 뿐 아니라 살이 두껍기 때문에 두 달 동안에 말리기가 어려웠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생산 원가가 비쌀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대체 어종으로 등장한..

[우리말] 사랑도 모르는 '숙맥'은 되지 말자 (2021.10.26)

[우리말] 사랑도 모르는 '숙맥'은 되지 말자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76. 숙맥 菽麥 우리는 흔히 못난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저런 숙맥같으니라구….” 하며 그를 질타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리석고 못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숙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중국의 고전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는 중국의 고전인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보이는 ‘주자 유형이무혜 숙맥지불능변周子有兄而無慧 菽麥之不能辯’에서 처음 나온 것인데 그 뜻은 ‘주자에게는 형이 있었는데 사람됨이 똑똑하지 못하여 콩菽과 보리麥도 구분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콩과 보리는 그 모양이 다를 뿐 아니라 크기마저 확실히 다른데도 분간을 못한다는 말로 곧 어리석고 너무 서툰 짓을 함이나 그런 사람을 말함인데 이..

[우리말] '약밥' 신라시대 임금님 구한 까마귀 은혜에 보답 (2021.10.26)

[우리말] '약밥' 신라시대 임금님 구한 까마귀 은혜에 보답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75. 약밥 藥食 물에 불린 찹쌀을 시루에 찐 뒤, 꿀 혹은 흑설탕, 참기름, 대추, 진간장, 밤 등을 섞어 다시 시루에 담아 쪄서 만든 음식이다. 이 음식은 주로 정월 대보름이나 혼인 또는 환갑잔치 등 큰 일이 있을 때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에 모든 곡식이 그해에 풍년들기를 염원하면서 찹쌀, 찰수수, 차조, 팥, 콩 등 다섯 가지 잡곡을 섞어 지은 오곡밥(일명 잡곡밥)을 지어 먹는 풍속이 전해오고 있다. 이 오곡밥은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었기 때문에 ‘백 집이 나누어 먹어야 좋다.’는 뜻을 지닌 ‘백가반百家飯’이라는 이름도 전한다. 이처럼 오곡밥이 서민들의 절식節食이라면 약식..

[우리말] '명태' 태씨 성 어부에서 이름 유래? (2021.10.26)

[우리말] 명태의 이름은 태씨 성 어부에서 유래?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72. 명태 북어, 동태, 생태, 황태 등 다양하게 불리는 명태는 대구과에 속하는 한류성 바닷물고기로 경상북도 이북의 동해안, 오호츠크해, 베링해 및 일본 연해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이 명태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옛날 함경도 명천明川 땅에 ‘태太’가라는 어부가 있었는데 하루는 이 어부가 바다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상한 고기를 낚았으나 그 이름을 알 길이 없었다. 어부는 고을에서 가장 학식이 높다는 고을 원님에게 찾아가 물어봤으나 원님도 처음 보는 고기라서 이름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원님의 체면에 모른다고는 할 수 없고, 하여 어부에게 ‘이 고기를 어디에서 잡았는고?’하고 물으..

[우리말] '숙주나물' 성삼문과 멀어진 신숙주의 변절 (2021.10.26)

[우리말] 숙주나물, 성삼문과 멀어진 신숙주의 변절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64. 숙주나물 녹두를 물에 불리어 싹이 나게 한 나물을 숙주나물이라고 한다. 이 나물 이름이 숙주나물인 것으로 미루어서 우리는 쉽사리 조선조 초기의 명신 신숙주와 관련이 있는 일에서 유래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호를 보한재, 희현당이라 한 신숙주는 1439년 문과에 3등으로 급제하여 집현전의 부수찬이 되었다. 그는 젊은 날에 장서각에 들어가서 평소에 보지 못한 책을 열심히 읽고 동료들 대신 숙직을 하면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하기가 일수였다. 세종은 그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 어의를 하사하며 칭찬했다. 그는 세종으로부터 더욱 극진한 총애를 받아 일본 대마도와의 무역협정인 계해조약을 체결하는 등 국가의 중대한 ..

[우리말] '벽창호' 압록강의 억센 소에서 나온 말 (2021.10.24)

[우리말] 벽창호는 압록강의 억센 소에서 나온 말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62. 벽창호 남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을 주장하는 우둔하고 고집이 센 사람을 가리켜 앞뒤가 콱 막힌 벽창호라고 한다. 본래 이말은 벽창우碧昌牛에서 온 것이다. 벽창우는 평안북도 벽동과 창성지방에서 나는 유난히 크고 억센 소를 일컫는다. 그래서 그 지방의 소를 벽동과 창성의 첫 글자를 따서 벽창우라 했던 것이다. 그것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북쪽 끝 압록강 연안에 벽동군이 있고, 그 남쪽에 창성군이 있는데 이 두 고을에서 생산되는 소는 대체로 몸집이 크고 힘이 셌다. 이 또한 한결같이 말을 잘 안 듣고 제 고집대로 행동하였다. 그리하여 이 두 고을에서 생산되는 소는 모두가 고집불통이고 무뚝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