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풍지박살'은 바람이 깨진다는 뜻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뜻으로 '풍지박살'이나 '풍지박산'이 널리 쓰이고 있어. "사업 실패로 집안이 풍지박살이 났다"라거나 "풍지박산 났던 가족들이 다시 만났다"라고 말이야. 하지만 한자를 조금만 알아도 '풍지박살'이나 '풍지박산'이 아주 이상하게 여겨질 거야. 도저히 한자 성어가 될 수 없기 때문이지.
'풍지박살'부터 살펴보자고. '풍지'는 '風之'쯤 되겠지? 그런데 "깨어져 산산이 부서짐"을 뜻하는 '박살'은 순 우리말이야. 그러면 '風之박살'이 되는데, 말꼴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풍지박산'도 마찬가지야. '박산' 역시 '박살'과 똑같은 의미의 순 우리말이거든. 또 깨어지거나 부서진다는 한자로 '박살'과 '박산'을 만들더라도, '風之'에 갖다 붙이면 이상해지기는 매한가지야. '바람의 깨짐'쯤으로 해석되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잘못 쓰이는 '풍지박살'과 '풍지박산의 바른말은 무엇일 것 같아? 그것은 바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야. 風飛雹散은 말 그대로 "우박[雹]이 바람[風]에 날려[飛] 흩어짐[散]"을 뜻하는 말이야.
'風飛雹散'을 몰라 '풍지박살'이나 '풍지박산'으로 쓰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이 일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 정말 화가 나. 누누이 얘기하지만 우리말의 7할을 차지하는 것이 한자말이야. 그러니 한자말을 모르고서는 우리말을 바르게 쓸 수가 없어.
한자말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이 애국이 아니라 한자를 충분히 익혀서 우리말을 곱고 바르게 쓰는 것이 진짜 애국이야. 알았지?
글=엄민용기자 《건방진 우리말 달인》 저자
[출처] 스포츠칸 & 경향닷컴
/2021.10.29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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