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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초생달은 뜨지 않는다 (2021.10.29)

푸레택 2021. 10. 29. 21:45

[우리말 산책] 초생달은 뜨지 않는다

"초생달같이 생긴 눈썹이 아름답다"거나 "어두운 밤길에 초생달만 을씨년스럽게 떠 있다" 따위의 말을 자주 쓰지? 하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초생달은 뜨지 않아. 하늘이 세 쪽 나도, 아니 열 쪽이 나도 초생달은 절대 뜨지 않아. 왜 그런지는 감이 좀 잡히지? 그래, 맞아. 우리말에는 '초생달'이란 낱말이 없어.

'초생달'은 '初生'(초생 : 갓 생겨남)에 '달'이 더해진 꼴로, 못 쓸 까닭이 없을 듯한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우리말 중에는 한자에서 왔지만 완전히 순우리말처럼 변한 것이 더러 있다는 점이야. 한자말 '生'도 그래. '生'이 '승'으로 소리가 변하는 거지. '이 生'이 변한 말 '이승'이 그러하고, '저 生'이 변한 말 '저승'도 그러한 예야.

그러나 우리말에서 한자어 '生'이 모두 '승'으로 변하고, 그렇게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이승'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한자말 '今生'은 '금생'으로 써야지 '금승'이라고 써서는 안 돼.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렇게 소리가 변한 말이 '더러' 있다는 것이지, 죄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거든.

'初生'은 '이승'이나 '저승'처럼 '초승'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음운변화를 문법적으로는 '전설모음화'라고 해. 어수선한 세상을 살아내느라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에 전설모음화의 문법적 논리까지 담으라고는 하지 않겠어. 다만 "음력으로 그달 첫머리의 며칠 동안을 이르는 말"은 '초승'이고, 그때에 뜨는 달은 '초승달'이 바른말이라는 것쯤을 알고 살자고, 응!

글=엄민용기자 《건방진 우리말 달인》 저자

[출처] 스포츠칸&경향닷컴

/ 2021.10.29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