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음의 순서 - 유진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음의 순서/유진목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음의 순서/유진목 [서울신문]울음의 순서/유진목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본 적 없는 여자의 몸속에 있었다 몇 차례 진통이 있은 뒤에 만삭의 여자는 산부인과로 갔다 참 바람을 쐬어도 이마에 맺힌 땀이 식지 않았 news.v.daum.net 울음의 순서 / 유진목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본 적 없는 여자의 몸속에 있었다 몇 차례 진통이 있은 뒤에 만삭의 여자는 산부인과로 갔다 참 바람을 쐬어도 이마에 맺힌 땀이 식지 않았다 불어난 몸을 지탱하느라 난간을 붙잡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층계참에 서서 남은 계단의 숫자를 세어 보았다 다시 계단을 내려올 때는 아이와 함께라는 것을 생각했다 신기한 일이다 어느 날 몸속에 아이..

[임의진의 시골편지] 물욕

[임의진의 시골편지] 물욕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물욕 [경향신문] 사자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한 이야기는 잘 모르실 거야. 하루는 토끼 대신 사자가 등장, 사자가 거북이를 보더니 혀부터 찼다. “야. 너는 무슨 가방을 다 짊어지고 달리기를 하 news.v.daum.net 사자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한 이야기는 잘 모르실 거야. 하루는 토끼 대신 사자가 등장, 사자가 거북이를 보더니 혀부터 찼다. “야. 너는 무슨 가방을 다 짊어지고 달리기를 하겠다는 거냐? 가죽 백팩을 메고 달리기하는 놈도 처음 보네.” 그러자 거북이가 가소롭다는 듯 한마디. “짜샤. 머리나 단정하게 묶고 다녀. 앞머리를 좀 자르든가 해라. 한여름에 덥고 답답하지 않냐?” 나도 거북이의 백팩 안에 뭐가 들었는지..

[임의진의 시골편지] 목탁과 암자

[임의진의 시골편지] 목탁과 암자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목탁과 암자 [경향신문] 딱따구리가 사는 뒷산엔 조석간 목탁 소리가 낭랑해라. 법력이 높은 딱따구리 스님이 사시나봐. 언젠가 친구 스님 왈 자신은 국중이며 나는 목사이니 양중이라더만, 아무튼 이래저래 news.v.daum.net 딱따구리가 사는 뒷산엔 조석간 목탁 소리가 낭랑해라. 법력이 높은 딱따구리 스님이 사시나봐. 언젠가 친구 스님 왈 자신은 국중이며 나는 목사이니 양중이라더만, 아무튼 이래저래 스님들이 흔한 이 산골짝. 내게도 암자가 하나 생겼다. 지난달 또닥또닥 소나무에 기대어 지은 트리하우스. 지붕은 없고 그저 높고 푸른 하늘. 마당 한구석 전망 좋은 곳에 앉아 멍때리고 싶었다. 가끔 햇볕 아래 요가도 하고 싶었고, 그..

[임의진의 시골편지] 수산업자

[임의진의 시골편지] 수산업자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수산업자 [경향신문] 내 고향 바닷가 읍내엔 길에서 보이는 주민들 절반이 농산업자이거나 수산업자. 농협 수협 축협, 국대 축협 말고 송아지 키우는 축협 말야. 네거리엔 협회들이 조르라니 자리하고 그 news.v.daum.net 내 고향 바닷가 읍내엔 길에서 보이는 주민들 절반이 농산업자이거나 수산업자. 농협 수협 축협, 국대 축협 말고 송아지 키우는 축협 말야. 네거리엔 협회들이 조르라니 자리하고 그랬지. 잘살면 배 아프고 못살면 가슴 아픈 첫사랑, 같이 살자 하면 머리 아프다는 첫사랑도 수산업자 따님.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 테지. 옛 시절 그립고 머리가 지끈거리면 가까운 바다를 찾아가. 꿈을 꾸면 고향 앞바다가 불쑥 보이지. 여..

[임의진의 시골편지] 오케이 오케이

[임의진의 시골편지] 오케이 오케이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오케이 오케이 [경향신문] 아프리카 사람들은 “사와보나!”라고 인사한다. 뜻을 풀자면 ‘당신을 보고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지 “시코나!” ‘내가 여기 있답니다’라는 뜻. 그러면서 한 하늘 아래 news.v.daum.net [경향신문] 아프리카 사람들은 “사와보나!”라고 인사한다. 뜻을 풀자면 ‘당신을 보고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지 “시코나!” ‘내가 여기 있답니다’라는 뜻. 그러면서 한 하늘 아래 살고 있음을 확인한다. 유럽인의 조상 켈트족은 매일 만나는 이에게 ‘눈인사’를 했다. 눈을 깜박이면서 얼굴엔 미소를 밝히는 인사법. 켈트족에겐 ‘아남 카라’라는 말이 있는데, 아남이란 ‘영혼’, 카라는 ‘동무’를 뜻한..

[임의진의 시골편지] 서핑학교

[임의진의 시골편지] 서핑학교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서핑학교 [경향신문] 여름만 되면 누구나 수영선수. 맨 먼저 동네 ‘지양스러운’(장난기가 많다는 아랫녘 사투리) 형들에게 배운 수영. 개울에서 개구리헤엄을 익히고, 저수지 종단 횡단으로 기염을 토 news.v.daum.net 여름만 되면 누구나 수영선수. 맨 먼저 동네 ‘지양스러운’(장난기가 많다는 아랫녘 사투리) 형들에게 배운 수영. 개울에서 개구리헤엄을 익히고, 저수지 종단 횡단으로 기염을 토하고, 다음 차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수영에선 쩍벌남처럼 다리를 벌리기만 했다간 ‘쥐’가 나서 중간에 물에 빠져 생쥐 꼴이 된다. 적당히 벌렸다 오므렸다 물장구를 치면서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아무리 ‘없이 산다’ 해서 여름엔 정말 아무..

[임의진의 시골편지] 개소리

[임의진의 시골편지] 개소리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개소리 [경향신문] 먹는 만두 말고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면 주변에 죄다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로 인산인해. 그곳에서 다시 포카라행 버스로 갈아타면 10시간이 족히 걸리는 꼬부랑길. 설산 안나푸르 news.v.daum.net 먹는 만두 말고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면 주변에 죄다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로 인산인해. 그곳에서 다시 포카라행 버스로 갈아타면 10시간이 족히 걸리는 꼬부랑길. 설산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기다린다. 히말라야의 3대 미봉이라는 마차푸차레는 아무도 오른 사람이 없어. 네팔 정부에서 등반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 가파른 얼음 절벽으로 솟구친 산은 등반 난도가 높고, 현지 주민들은 밟을 수 없는 성산으로 숭배하기도 해..

[임의진의 시골편지] "음파 음파~"

[임의진의 시골편지] "음파 음파~"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음파 음파~" [경향신문] 교육방송이랑 멕시코에 간 적이 있는데, 바닷물로 뛰어들라는 피디의 지시.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인 난감한 처지였다. 게다가 지구별에서 가장 깊다는 태평양 심해구. 물속에는 집채 news.v.daum.net 교육방송이랑 멕시코에 간 적이 있는데, 바닷물로 뛰어들라는 피디의 지시.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인 난감한 처지였다. 게다가 지구별에서 가장 깊다는 태평양 심해구. 물속에는 집채만 한 고래상어가 헤엄치고 다녔어. 생존 수영으로다가 개헤엄이나 치는 내가 용기를 내어 일단 뛰어들었지. 배운 건 있어가지고, ‘음파 음파~’ 호흡법. 물을 한 바가지나 먹었고, 홰 돌던 고래상어는 배가 불렀는지 나를 잡아먹지 ..

[임의진의 시골편지] 해피엔딩

[임의진의 시골편지] 해피엔딩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해피엔딩 [경향신문] 기상 예보관은 ‘가을장마’라고 하더라. 이러다 여물지 못한 밤송이가 달릴까 염려돼. 다람쥐는 어찌 살라고. 설멍설멍 힘없는 국화가 귀웅젖이라도 동냥질할까 햇볕이 잠깐 나면 news.v.daum.net 기상 예보관은 ‘가을장마’라고 하더라. 이러다 여물지 못한 밤송이가 달릴까 염려돼. 다람쥐는 어찌 살라고. 설멍설멍 힘없는 국화가 귀웅젖이라도 동냥질할까 햇볕이 잠깐 나면 얼굴을 불쑥 내민다. 국화향기를 곧 맡을 수 있겠지? 줄창 내려쌌는 먹비에 나뭇잎들은 진녹색을 덜어내고 있다. 성질머리 급한 더러는 한장 두장 잎사귀를 떨구기도 해. 마치 이승의 숙박비를 지폐 현찰로 치르는 것 같더군. 추석이 오고, 열매를 거두고..

[임의진의 시골편지] 방구석 요리사

[임의진의 시골편지] 방구석 요리사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방구석 요리사 [경향신문] 방탄소년단이 작년에 스팅과 콜드플레이도 다녀간 ‘타이니 데스크’ 방구석 공연장에 나타나 기염을 토했지. 세계는 이미 소년단의 것이로구나 끄덕이게 되었다. 지민의 파스텔톤 news.v.daum.net 방탄소년단이 작년에 스팅과 콜드플레이도 다녀간 ‘타이니 데스크’ 방구석 공연장에 나타나 기염을 토했지. 세계는 이미 소년단의 것이로구나 끄덕이게 되었다. 지민의 파스텔톤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 젊음의 상징, 데님 셔츠와 청바지, 청재킷도 멋짐 뿜뿜. 무엇을 입는가가 당신을 보여준다. 시골교회 목사 생활을 할 때는 어르신들 연배에 비슷해 보이려 수염을 랍비처럼 기르고 생활한복을 즐겨 입곤 했어. 이후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