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여름의 끝/이성복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여름의 끝/이성복 [서울신문] 그 여름의 끝/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news.v.daum.net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복숭아 - 강기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복숭아/강기원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복숭아/강기원 [서울신문]복숭아/강기원 사랑은…… 그러니까 과일 같은 것 사과 멜론 수박 배 감…… 다 아니고 예민한 복숭아 손을 잡고 있으면 손목이, 가슴을 대고 있으면 달아오른 심장이, 하나가 되었을 news.v.daum.net 복숭아 / 강기원 사랑은…… 그러니까 과일 같은 것 사과 멜론 수박 배 감…… 다 아니고 예민한 복숭아 손을 잡고 있으면 손목이, 가슴을 대고 있으면 달아오른 심장이, 하나가 되었을 땐 뇌수마저 송두리째 서서히 물크러지며 상해 가는 것 사랑한다 속삭이며 서로의 살점 뭉텅뭉텅 베어 먹는 것 골즙까지 남김없이 빨아 먹는 것 앙상한 늑골만 남을 때까지…… 그래, 마지막까지 함께 썩어가는 것……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저녁 운동장 - 송경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저녁 운동장/송경동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저녁 운동장/송경동 [서울신문] 검정 비닐봉지처럼 아이들이 이리저리 날린다 하루의 마지막 볕을 배급 받으러 나온 노인들도 어슬렁거린다 패딱지를 잃고 울던 아이가 제 엄마에게 질질 끌려간다 신작로에서 정복 news.v.daum.net 저녁 운동장 / 송경동 검정 비닐봉지처럼 아이들이 이리저리 날린다 하루의 마지막 볕을 배급 받으러 나온 노인들도 어슬렁거린다 패딱지를 잃고 울던 아이가 제 엄마에게 질질 끌려간다 신작로에서 정복 차림의 어둠이 저벅저벅 걸어들어온다 침침해진 아이들 눈이 땅 쪽으로 더 기울어진다 그때마다 운동장에 조그만 무덤이 하나씩 새로 돋아난다 껴안아주고 싶지만 내 안엔 더 큰 어둠이 웅크리고 산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조용한 일 - 김사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조용한 일/김사인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조용한 일/김사인 [서울신문] 조용한 일/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 news.v.daum.net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시인이 되고 나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언제 시적인 영감이 떠오르느냐?’는 것이다.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진 분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그럴 때마다 ‘대부분의 시인들은 영감으로 시를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에세이 - 김용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에세이/김용택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에세이/김용택 [서울신문]에세이/김용택 한 아이가 동전을 들고 가다가 넘어졌다. 그걸 보고 뒤에 가던 두 아이가 달려간다. 한 아이는 얼른 동전을 주워 아이에게 주고 한 아이는 넘어진 아이를 얼른 일으켜준 news.v.daum.net 에세이 / 김용택 한 아이가 동전을 들고 가다가 넘어졌다. 그걸 보고 뒤에 가던 두 아이가 달려간다. 한 아이는 얼른 동전을 주워 아이에게 주고 한 아이는 넘어진 아이를 얼른 일으켜준다. 넘어진 아이가 울면서 돈을 받고 한 아이가 우는 아이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준다. “다친 데 없어?” “응” “돈은 맞니?” “응” 살아갈수록 왜 친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일까? 나만 그렇다고 한다면 나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쁜 짓들의 목록 - 공광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쁜 짓들의 목록/공광규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쁜 짓들의 목록/공광규 [서울신문]나쁜 짓들의 목록/공광규 길을 가다 개미를 밟은 일 나비가 되려고 나무를 향해 기어가던 애벌레를 밟아 몸을 터지게 한 일 풀잎을 꺾은 일 꽃을 딴 일 돌멩이를 함부로 옮긴 일 도랑 news.v.daum.net 나쁜 짓들의 목록 / 공광규 길을 가다 개미를 밟은 일 나비가 되려고 나무를 향해 기어가던 애벌레를 밟아 몸을 터지게 한 일 풀잎을 꺾은 일 꽃을 딴 일 돌멩이를 함부로 옮긴 일 도랑을 막아 물길을 틀어버린 일 나뭇가지가 악수를 청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피해서 다닌 일 날아가는 새의 깃털을 세지 못한 일 그늘을 공짜로 사용한 일 곤충들의 행동을 무시한 일 풀잎 문장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족 - 고이케 마사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족 이야기/황영성 · 가족/고이케 마사요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족 이야기/황영성 · 가족/고이케 마사요 [서울신문]가족 이야기/황영성캔버스에 아크릴, 97x162㎝ 조선대 명예교수. 국전 문공부 장관상·이인성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가족/고이케 마사요 여자가 부엌에서 혼자 news.v.daum.net 가족 / 고이케 마사요 여자가 부엌에서 혼자 조용히 콩깍지를 까고 있다 블랙아이드피라는 이름의 콩이다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다 이름 그대로 검은 눈 같은 작은 콩이다 딸이 그 옆을 지나간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딸도 콩깍지를 깐다 심심한 손녀가 부엌에 들어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손녀도 콩깍지를 깐다 남편이 출장지에서 지쳐 돌아온..

[명시감상]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안부’ 김시천, ‘산문(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면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건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

[명시감상] ‘지친 이들에게 보내는 시’ 전진탁, ‘공부’ 김사인, ‘희망가’ 문병란

■ 지친 이들에게 보내는 시 / 전진탁 여보게, 기분은 괜찮은가? 자네가 요즘 힘들다 해서 묻는 말일세! 문을 열고 나가서 세상을 한 번 보시게! 어떤가? 언제나 세상은 그대로이며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은가?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광풍이 휘몰아쳐도 여전히 해는 뜨고 또 여전히 땅은 그대로 있으니 자네 가슴으로 불어와 꽁꽁 얼어버린 찬바람일랑은 저 햇살 아래에 서서 녹여 떠나보냄이 어떠한가? 어느 곳 어느 땅이건 그 중심에는 언제나 자네가 서 있다네 그러니 중심 잘 잡으시게 자네가 휘청거리면 세상이 거세게 요동친다네 자네 휘청거리면 나는 넘어지는 신세니 한 번 봐 주시게 여보게, 세상의 중심! 그래, 자네 말일세! 자네가 태양을 집어삼킨 가슴으로 살기를 내 간절히 바라네 자네 식어있는 가슴을 지난날처럼 뜨..

[임의진의 시골편지] 숨돌리기

[임의진의 시골편지] 숨돌리기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숨돌리기 [경향신문] 한 여행자가 배에서 졸고 있는 어부를 보고 말했다. “고기를 일찍 잡으셨나요?” “3일 동안 잡을 분량을 아침나절 다 잡고, 이제 쉬는 중이라오.” 여행자는 이처럼 물고기가 많은 news.v.daum.net 한 여행자가 배에서 졸고 있는 어부를 보고 말했다. “고기를 일찍 잡으셨나요?” “3일 동안 잡을 분량을 아침나절 다 잡고, 이제 쉬는 중이라오.” 여행자는 이처럼 물고기가 많은 바다라면 큰 선박을 구해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지 않을까 의아해서 물었다. 어부의 답은 그러나 명쾌했다. “일을 마친 뒤 뱃머리에서 한가롭게 조는 게 낙이라오. 물고기를 더 많이 잡아설랑 부자가 된다 해도 내가 바라는 행복이 바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