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 - 장석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 [서울신문]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창 news.v.daum.net 살구나무 여인숙 / 장석남 - 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창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

[수필문학] 나의 기쁨 - 박경수

■ 나의 기쁨 / 박경수 나는 새벽 세 시에서 네 시, 그 사이면 대개 잠에서 깨게 됩니다. 이때부터 아침까지가 나에게는 제일 중요한 시간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이 시간이요, 무엇을 생각하는 것도 이 시간입니다. 즐거운 시간입니다. 잠에서 깨 전등을 켜면, 우선 어린것들과 내자가 죽 잠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린것들은 물론 내자까지도 모두 얼굴 모습들이 비슷비슷합니다. 즐거운 구경입니다. 가구들과, 어린것들이 벗어놓은 옷가지와, 벽에 걸려있는 내자의 옷들이 보입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이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부분품들로 어느 것 하나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나는 일어나 나의 일을 착수하기 전에, 잘못 놓여진 어린것들의 옷을 바로 놓고, 소매나 가랑이가 뒤집혀져 ..

[수필문학] 부덕이 - 김남천

■ 부덕이 / 김남천 내가 어려서 아직 보통학교에 다닐 적에, 우리 집에서는 부덕이라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개라고 해도, 이즈음 신식 가정에서 흔히 기르는 세파드나, 불독이나, 뭐 그런 양견이거나, 매사냥꾼이나 총사냥꾼이 길들인 사냥개거나, 그런 훌륭한 개는 아니었습니다.그저 시골집에서들 항용 볼 수 있는 아무렇게나 마구 생긴 그런 개입니다. 도적이나 지키고, 남은 밥찌꺼기나 치우고 심하면 아이들 시중까지 보아주는 그런 개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개를 퍽 좋아했습니다. 내가 까치 둥지를 내리러 커다란 황철나무 있는 데로 가면, 부덕이는 내가 나무 위에 올라가는 동안을, 나무 밑에서 내 가죽신을 지키며 꿇어앉았다가, 까치를 나무에서 떨구어도 물어 메치거나 그런 일 없이, 어디로 뛰지 못하게..

[수필문학] 잃어버린 동화 - 박문하

■ 잃어버린 동화 / 박문하 가을비가 스산히 내리는 어느 날 밤이었다. 이미 밤도 깊었는데 나는 비 속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어느 골목길 한 모퉁이 조그마한 빈 집터 앞에서 화석처럼 혼자 서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곳에는 오막살이 초가 한 채가 서 있었던 곳이다. 와보지 못한 그 새, 초가는 헐리어져 없어지고, 그 빈 집터 위에는 이제 새로 집을 세우려고 콘크리트의 기초 공사가 되어져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의 무덤 앞에 묵연히 선 듯, 내 마음과 발걸음은 차마 이 빈 집터 앞에서떨어지지가 않았다. 웅장미를 자랑하는 로마 시대의 고적도 아니요, 겨레의 피가 통하는 백제, 고구려나 서라벌의 유적도 아닌, 보잘 것 없는 한 칸 초옥이 헐리운 빈 터전이 이렇게도 내 마음을 아프게 울리어 주는 것은 비단 ..

[수필문학]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 김용준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 / 김용준 지금 내가 거하는 집을 노시산방(老柿山房)이라 한 것은 삼사 년 전에 이(李) 군이 지어 준 이름이다. 마당 앞에 한 칠팔십 년은 묵은 성싶은 늙은 감나무 이삼 주(株)가 서 있는데, 늦은 봄이 되면 뾰족뾰족 잎이 돋고, 여름이면 퍼렇다 못해 거의 시꺼멓게 온 집안에 그늘을 지워 주고 하는 것이, 이 집에 사는 주인, 나로 하여금 얼마나 마음을 위로하여 주는지, 지금에 와서는 마치 감나무가 주인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요 주인이 감나무를 위해 사는 것쯤 된지라, 이 군이 일러 노시사(老柿舍)라 명명해 준 것을 별로 삭여 볼 여지도 없이 그대로 행세를 하고 만 것이다. 하기는 그후 시관(時觀)과 같이 주안(酒案)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던 끝에 시관의 말이, 노시산방이라기 보다는..

[사색의향기] 감나무 그늘 아래서

[사색의향기] 감나무 그늘 아래서 (g-enews.com) [사색의향기] 감나무 그늘 아래서 유월이다. 제대로 봄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든 것이다. 햇빛이 쨍한 한낮이면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을 찾을 만큼 일찍 찾아든 더위가 만만치 않다. 산책길에 햇살을 news.g-enews.com 유월이다. 제대로 봄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든 것이다. 햇빛이 쨍한 한낮이면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을 찾을 만큼 일찍 찾아든 더위가 만만치 않다. 산책길에 햇살을 피해 무심코 초록 그늘로 들어서다가 바닥에 떨어진 꽃을 보고서야 그제야 감나무 밑이란 걸 알아차렸다. 무에 그리 바빠 감꽃이 피는 줄도 몰랐을까.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이에 핑계를 대고 싶지만, 공연히 마음만 분주하..

[임의진의 시골편지] 실수맨

[임의진의 시골편지] 실수맨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실수맨 [경향신문] 신입사원이 책상에 곯아떨어져 자자 부장이 책상을 내리쳤는데, 졸다가 벌떡 일어나서 한다는 말. “부장님이 제 집엘 다 찾아오시고, 어쩐 일이시랍니까?” 요전날 오전 약속을 깜 news.v.daum.net 신입사원이 책상에 곯아떨어져 자자 부장이 책상을 내리쳤는데, 졸다가 벌떡 일어나서 한다는 말. “부장님이 제 집엘 다 찾아오시고, 어쩐 일이시랍니까?” 요전날 오전 약속을 깜빡. 부랴부랴 물티슈로 세수를 해가며 차를 몰았다. 약속을 메모해두지 않으면 깜빡깜빡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은 한 대학교의 요청에 비대면 강의를 만들고 있는데, 날을 까먹어서 실수로 알림을 했다. 그러나 약속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 하루를 ..

[임의진의 시골편지] 알통

[임의진의 시골편지] 알통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알통 [경향신문] 티베트 사람들은 아기를 낳은 뒤 엄마 품에 바로 안기지 않고 밀짚 바구니에 담아둔단다. 울 때까지 내버려두는 건데, 살고 싶은 맘이 생길 때 운다고…. 또 고산지대라 공기가 많지 news.v.daum.net 티베트 사람들은 아기를 낳은 뒤 엄마 품에 바로 안기지 않고 밀짚 바구니에 담아둔단다. 울 때까지 내버려두는 건데, 살고 싶은 맘이 생길 때 운다고…. 또 고산지대라 공기가 많지 않으니 울도록 두는 게 폐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 떼쓴다고 해서 젖을 물리지 않고, 기진맥진 풀이 죽어야 젖을 물린다. 그러면 호흡이 가쁠 만큼 힘차게 젖을 빠는데, 눈물 콧물도 같이 먹는다. 티베트엔 털이 보송보송한 흰소가 있다. 눈처럼..

[임의진의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임의진의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경향신문] 남쪽 사람들은 개그 재능이 남다르다. 가 문을 내린 이유가 정치인들 때문만일까. 백세 즈음 되시는 분들 뵈면 유머감각이 탁월하셔. 웃음은 장수 비결. 백세가 낼모레인 news.v.daum.net 남쪽 사람들은 개그 재능이 남다르다. 가 문을 내린 이유가 정치인들 때문만일까. 백세 즈음 되시는 분들 뵈면 유머감각이 탁월하셔. 웃음은 장수 비결. 백세가 낼모레인 분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 하나 있지. 다름 아니라 “백세까지 사십시오잉”. 당사자 목표를 물어보고 해야 할 소리겠다. “어떻게 이렇게 장수하신 건가요?” “안 죽응께 오래 살재. 말이라고 물어?” 첫 번째 깨갱하게 된다. “오래 사시다보면 꼴..

[임의진의 시골편지] 시집 코너

[임의진의 시골편지] 시집 코너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시집 코너 [경향신문] 이산하 시인은 과거 내가 책을 낼 때 모출판사의 편집주간으로 종종 얼굴을 뵙곤 했었다. 최근 무려 22년 만에 낸 시집 을 읽다 옛 생각에 젖는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 news.v.daum.net 이산하 시인은 과거 내가 책을 낼 때 모출판사의 편집주간으로 종종 얼굴을 뵙곤 했었다. 최근 무려 22년 만에 낸 시집 《악의 평범성》을 읽다 옛 생각에 젖는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지만, 시의 현장에 나도 있었던 듯. “40대 중반 서교동 골목길의 교통사고와 50대 초반 합정동 골목길의 백색테러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반품된 후 모든 게 허망해지고 오랫동안 애써 부정하고 망각했던 고문의 악몽마저 되살아나 날..